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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삶은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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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리메이쩡 Sep 26. 2023

파워 J

계획해야 사는 여자

회사에서는 기획, 일상에서는 계획


무언가를 끊임없이 만들어 내는 삶인 것 같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둘의 공통점을 찾자면

나 자신이 새로운 것보다는 반복되는 안정감에서 편안함을 얻는다는 사실이 아닐까 싶다.


내일은 어떤 업무를 어떤 순서대로 할지

내일은 무엇을 먹을지, 무슨 옷을 입을지

주말에는 누구를 만날지, 어디를 가야 할지  

아주 세세한 일들까지 짜인 삶에 안정감을 느끼곤 한다.


도대체 나는 언제부터 그랬을까?

원래부터 이렇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말이다.


나 혼자였을 때는 내가 하는 일에 나만 책임을 지면 되었는데, 결혼을 하고 책임이라는 것을 지는 어느 순간부터 나만 책임지고 나만 잘하면 되는 삶이 아니었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안 되는 게 있다는 것을 현실로 경험하고 난 후에야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막연한 불안과 두려움이 생겼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남편이 사고를 치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었다. 경제적으로 마이너스만 되어도 슬픈 일이거늘 몸과 마음 모두 마이너스가 되는 시간을 보내면서 나의 열정과 헌신이 외면당하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안 되는 게 있다는 걸 가정을 이루는 동시에 알게 되었다.  


아마 그때부터이지 않았을까 싶다.

새로운 변화에 대한 기대감보다 그 변화가 가져올 불안감의 모습이 더 크게 느껴진 게..

내가 모르는, 내가 계획하지 않았던 일들이 갑작스럽게 벌어졌을 때 그 낯선 감정이 반갑지 않다.

그래서 내가 알고 계획한 일들로 하루를 채우기 위해 내 휴대폰 캘린더는 늘 빼곡하다.


특히나 육아는 더 예측 불가이다. 내가 원하는 대로 아이가 움직여 주기를 바라는 것 자체가 어렵다.

재택근무를 하면서 생긴 출퇴근의 여유를 아이에게 더 쏟아붓고자 마음먹은 나의 아름다운 설계는 아이의 울음소리와 함께 차디찬 현실로 내던져지곤 한다.


요즘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 세상은 온통 불확실한 것들의 투성인데, 그 안에서 반복되는 안정된 삶만을 추구한다면 앞으로 남은 인생을 살아나가는 게 너무 힘들지 않을까? '


계획되지 않은 불안에 이미 몸과 마음이 지배당한 탓에 하루아침에 변화를 기대할 수는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익숙함보다는 새로움에도 조금씩 적응해 나가면서 그러한 삶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려는 노력은 꼭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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