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삶은 질문

나의 하늘, 나의 미래

그저 오래도록 함께하기를

by 메이쩡

바쁜 한 주를 마치고 돌아온 달콤한 토요일 오전

오랜만에 부모님의 안부를 묻고자 전화를 드렸다.


평소처럼 어디야? 밥 드셨어? 하고 물었는데

평소 같지 않은 목소리에 살짝 긴장했다.


엄마는 작년 건강검진에서 고지혈증 수치가 아주 높게 나온 이후

줄곧 약을 드시고 계셨는데 중간 점검 차 병원에 왔다고 했다.

병원의 특성상 목소리를 크게 할 수 없었겠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작은 목소리에 마음이 쓰였다.


" 아빠는 어디 갔어? "


경비일을 하시느라 이틀에 한번 쉬는 아빠의 일정 때문에

엄마의 주말 중 하루는 아빠와 함께 하거나 아니거나 둘 중 하나다.

그 하루가 너무나 소중했던 탓인지 엄마는 늘 아빠에게 바람을 쐬자며 나가시곤 했다.

그때마다 아빠는 싫다는 내색 하나 없이 늘 조용히 엄마의 뒤를 따르셨다.


" 아빠 지금 MRI 검사 중이야. "

" 아빠가? 왜? "

" 요즘 계속 머리가 아프다고 하고, 자꾸 깜빡한다고 병원 온 김에 검사 한번 받아 본대.

근데 무슨 MRI 가 100만 원이 넘니? 너무 비싸. "


순간 머리가 멍했다.

늘 주말이면 꽃구경에 산구경에 여기저기를 다니시면서

늘 똑같은 포즈의 사진을 매번 새로운 것처럼 보내주시던 부모님이었는데

오늘도 여전히 밖에서 데이트하시겠거니 했는데 병원 그리고 검사라니.

가까이 살지 않는 탓에 자주 전화를 드린다고는 했지만

전조 없는 부모님의 병원 소식은 내겐 매우 갑작스러웠다.


사실 아빠는 얼마 전에도 심혈관 수술을 한번 받으셨다.

그전에 가끔 심장이 콕콕 쑤신다는 아빠의 말을 듣고 잠깐 인터넷 검색을 한 후 별 것 아닐 거다라도 이야기했었다. 늘 운동을 생활화하는 아빠이기에 큰 지병도 없었거니와 사실 나도 가끔 그런 적이 있었지만 이내 괜찮아진 경험이 있었기에 크게 문제가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사실 속으로는 걱정도 되었지만 수면 위로 올리면 왠지 그렇게 될 것만 같은 불안감도 없지 않았다.


우리 아빠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박사라고 부르며 나에게 많이 의지하셨다.

아빠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한 내 노력이 어느 정도의 빛을 발하자 아빠는 자신의 소원이 이루어진 것처럼 기뻐하셨고 서서히 내 말에도 귀 기울여 주시기 시작했다. 그렇게 아빠는 딸의 위로에 또 한 번의 불안감을 내려놓은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렇게 조용히 지나간 줄 알았던 아빠의 통증은 알고 보니 꽤 심각했다.

검사를 해보니 정말로 심혈관이 막혀 있었고 수술 날짜를 잡고 진짜로 열어 보니 막혀 있는 혈관이 한 개가 아니라 무려 네 개였다. 의사가 말하기를 조금만 더 지났다면 큰일이 날 수도 있었다고 했다.


그때부터 막연히 괜찮다며 부모님을 위로한다는 게 어쩌면 부모님을 위험하게 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아픈 마음은 위로해야겠지만 건강에 대해선 그 어느 것도 섣불리 판단하지 않아야겠다고.

조금이라도 의심되면 병원부터 달려가야 하겠다고 우린 그렇게 큰 경험을 하고서야 크게 깨닫게 되었다.


그 이후로 아빠는 평소와는 다른 증상이 보이면 그렇게 병원을 달려가셨다.

한편으로는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병원에 있다는 말 한마디만 들어도 왠지 모를 두려움이 생겼다. 하지만 이렇게 먼저 건강을 챙기시는 부모님께 되려 감사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가끔 부모님의 현재를 보며 나의 미래를 본다.

어렸을 때 그렇게 무섭게만 느껴졌던 아빠는 어느새 엄마 말이면 무조건 들어주는 사랑꾼이 되어 있었고,

아빠가 사고를 쳐도 큰 소리 한번 안 내고 묵묵히 아빠의 곁을 지켰던 엄마는 어느새 꽃과 나들이를 즐기는 소녀가 되어 있었다.


그저 그렇게 두 분이 건강하게 오래오래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두 사람을 더 오랫동안 바라볼 수 있도록 내게도 많은 시간을 내어 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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