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by 메이쩡


오후 1시, 점심을 먹고 한참 나른함이 밀려올 무렵 갑자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특별히 올 전화도 없거니와 요즘은 택배나 배송도 개인 전화로 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에 처음엔 흠칫 놀랐다. 침착하게 바로 전화를 받지 않고 끊기길 기다려본다. 급한 건이면 다시 한번 걸어오겠거니 하고 기다린다.

그래도 다시 걸려 오지 않으면 오히려 다행으로 여긴다. 역시 광고 전화겠거니 하고 이내 무시해 버린다.


하지만 그럼에도 무언가 알 수 없는 찝찝함이 밀려온다.


' 정말 중요한 전화였는데 못 받았으면 어쩌지? '

' 요즘엔 전화번호를 기억하지는 않는데 나를 아는 누군가가 핸드폰을 잃어버렸나?그렇다면 나와 가까운 사람인가? '

' 아니면 보이스피싱? '


그 짧은 사이 별의별 생각이 다 스친다. 받아도 걱정 안 받아도 걱정이다. 다른 무언가가 내 머릿속을 다시 지배할 때까지 온통 신원불명의 전화에 빠져있다.

그래 꼭 필요한 통화라면 문자라도 오겠지 하며 애써 잊어본다.


그렇게 한참을 잊고 있다가 퇴근을 하려는데 아까와 똑같은 번호로 전화가 왔다. 오전의 찜찜함이 기억 속에 아직 남아있었는지 이번엔 받아 보기로 한다. 수락 버튼은 눌렀지만 내 마음은 아직 경계 상태라 조심스럽게 목소리를 내었다.


여보세요?


반응이 없어 나는 계속해서 같은 말만 반복했다.

순간 정적이 들린다. 평소 겁도 많고 불안감이 높은 나에겐 그 침묵이 더욱 무겁다. 누군가 그저 아무 소리라도 내주었으면 했다. 잘못 걸었다면 잘못 걸었다고 이야기해 주었으면 했다. 더 이상 쓸데없는 상상 속 꼬리물기로 내 불안을 자초하기는 싫었다.


연이어 불러도 아무런 대답이 없자 더욱 찜찜함이 느껴져 끊으려는 찰나 저쪽에서 알 수 없는 음성이 들려온다.


' 아, 역시 이상한 전화야. 누가 잘못 눌렀나 봐. 근데 2번 모두 잘못 누를 수 있나? '


하고 끊으려는데 뒤이어 아주 침착한 어조의 여자 목소리가 들린다. 되려 나에게 누구시냐고 묻기에 침착하게 두 번이나 먼저 전화 주셨다고 대답했다. 그녀도 처음엔 당황하더니 이내 경계를 풀고 부드럽게 이야기한다.


" 아... 혹시 민준이 엄마세요? 우리 지한이가 민준이한테 전화를 한 모양이네요. 놀라셨죠? "


하시며 어색함과 반가운 마음을 담아 인사하셨다.

그때 지한이라는 친구가 제 엄마 옆에서 쫑알쫑알 이야기한다.


" 친구가 나한테 오늘 5시에 전화하라고 했어. "


' 아... 오늘 종일 궁금했던 전화가 우리 아이의 친구가 한 전화였구나. 그런데 오늘 온 두 통의 전화는 내가 일하는 시간인데 아이는 왜 하필 5시라고 했을까.'


집에 돌아와 아이에게 물어보니 그 친구는 돌봄이나 학원을 다니지 않아 부모님이 휴대폰을 사주셨다고 했다. 그래서 하교 후 우리 아이가 알려준 전화번호로 전화를 한 모양이다. 아직 시간 개념이 온전치 않은 아이들이라 진짜 통화가 가능한 시간이 언젠지에 대한 정확한 합의도 없었다. 그저 생각나서 전화한 모양이다.


종일 품었던 궁금증이 풀려서 시원하기도 했지만 친구와 헤어져도 통화가 하고 싶었던 우리 아이의 마음이 귀여워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아직은 엄마만 바라보는 어린아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어느덧 학교에 가더니 제법 잘 어울리는 친구가 생긴 것 같아 다행이다.


' 이제 곧 엄마보다 친구와 보내는 시간을 더 좋아하겠지?'

문득 이 평범한 저녁시간이 더욱 소중하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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