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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이쩡 Feb 14. 2022

<서른의 반격>

by 손원평


빠르게 읽어 내려간 글이 때로는 긴 여운이 남는 책이 있습니다. 저에겐 바로 이 <서른의 반격>이라는 책이 꼭 그렇습니다.




88년생인 그녀의 현실 속에서 마주한 고독과 방황의 하루하루. 마치 거울 속의 제모습처럼 느껴졌던 때가 있었습니다. 남들은 늘 나보다 앞서 가는 것 같은데, 나 혼자 같은 곳에 그대로 서 있는 기분. 세상의 어떤 물음에도 대꾸할 기력조차 나지 않은 채 그냥 사는 대로 생각하고 체념하기 일쑤였던 나날들... 주인공의 나이와 비슷했기에 조금 더 몰입하여 빠져들었는지도 모릅니다.


꿈꾸는 젊은이들 아니 자신의 꿈에 한 발짝 나아가려고 안간힘을 쓰는 청춘들에게 누군가는 한마디 합니다.

적당히 현실과 타협하며 살라고... 그래 봤자 변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세상을 아직 경험하기에 충분한 나이에 이미 세상에 맞서는 것보다 세상에 타협하는 것이 마치 일종의 보험처럼 여겨지는 말과 시선들. 그 속에서 우리 청춘들은 과연 어떤 꿈을 꿀 수 있을까요?


저 역시 스물아홉, 서른이었을 때의 기억을 억지로 꺼내어 보면 두려움, 막연함, 희미함...이라는 단어들이 대표적으로 떠오릅니다. 새로운 길을 가려고 하는데 기름은 다 떨어져 버려 달그락 소리만 내는 가여운 청춘의 이미지. 그 시끄러운 소리나마 동력으로 삼아 일단 내달리자 마음먹었지만 뒤이어 찾아오는 쓰디쓴 실패의 맛. 젊었을 때의 고생으로 표현하기에는 영원히 흐르지 않고 고여만 있을 것 같은 쓰디쓴 그 맛은 10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에도 잊히지 않습니다.


소설이라는 외형을 하고 있지만 그 무엇보다 현실과 그리고 지금과 맞닿아 있는 이야기. 장원평 작가님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늘 느끼는 공통된 감정입니다. 오히려 현실에서 몸소 해내지 못했던 무언가를 글로 옮겨와 몸소 보여준다는 점에서 일말의 통쾌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현실과 가상의 적당한 화음이 전혀 거칠지 않고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다가옵니다.


취업, 갑질, 표절... 현재까지도 만연한 다양한 현실의 부조리들을 정말 평범하기 그지없는 극 중 인물들을 통해 이야기하는 전개 역시 너무도 편안하게 읽혔습니다. 그 사건들이 편안하다는 것이 아니라 너무도 공감해마지 않는 부분이기에 느낄 수 있는 아주 자연스러운 감정인 것이죠. 부조리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뀌지 않는 현실을 그들은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술 한잔 기울이며 작은 용기로 의기투합한 그들의 모험은 어쩌면 같은 마음을 가진 이들이 있어 가능한 용기였을지도 모릅니다.


결코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지라도 그들은 목소리를 냅니다. 그리고 행동합니다.

마치 주인공인 지혜가 된 것처럼 저도 제 마음을 들여다보고 주변을 바라보았습니다.

문득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갑니다.


" 과연 나라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했을까? "


그들은 부조리한 현실을 마주한 우리 모두의 모습을 대변합니다.

상대방이 처한 부조리를 참지 못하고 점차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고 행동으로 옮긴 건 훗날 그들 자신의 부조리에 맞서기 위한 충분한 자양분이 되지 않았을까요.


" 나만 목소리 낸다고 누가 알아주기나 하겠어. 그냥 너만 잘하면 돼. "




오늘도 속 시원하게 게워내지 못하고 씁쓸히 삼키기만 한 채 무기력한 하루를 청춘의 당연한 표식처럼 여기고 살아가고 있지는 않나요? 남들이 바라본 내 청춘의 강은 고요할지언정 나 스스로가 느끼는 청춘의 강은 적잖은 굴곡이 있어야 않을까요? 남들은 몰라도 본인 스스로는 알은체 해주어야 덜 억울하지 않을까요?


아이가 커서 엄마의 청춘은 어떠했냐고 물었을 때,

적어도 있는 듯 없는 듯 고요하기만 했다고 말해주고 싶지는 않습니다.


" 적당한 풍랑과 해일이 있었지만 그래도 다시 일어났기에 지금 너의 엄마가 되어 있는 거라고...

너는 그 거대한 파도를 즐길 수 있는 단단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


그렇게 이야기해주고 싶습니다.






사진 출처_최약 다윗은 어떻게 최강 골리앗을 이겼을까? < 이상옥의 tEchNo 인문학 < 오피니언 < 기사 본문 - 테크데일리(TechDa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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