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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루 May 04. 2022

걱정을 가불하다

걱정이 없으면 걱정이 없겠네

지난달에는 무슨 걱정을 했었지? 작년에는? 그것 봐라 기억조차 못하고 있지 않니? 그러니까 오늘 네가 걱정하고 있는 것도 별로 걱정할 일이 아닌 거야. 잊어버려라. 내일을 향해 사는 거야.
- 아이아 코카 -


살다 보면 참 걱정할 일이 많다. 아직까지 코비드19에 걸리지 않은 나는 기어이 걸리고 말까 아니면 무사히 넘어갈까? 새로 뽑힌 대통령은 영 미덥지 않은데 나라를 잘 운영할 수 있을까? 제주로 여름휴가를 예약했는데 가기로 한 날짜에 태풍이 오면 어쩌지? 내가 하고 있는 일은 언제까지 할 수 있을까? 명치끝이 아픈데 혹시 암이면 어떡해?

 

이런 걱정들의 40%는 절대 현실로 일어나지 않는 것이고, 30%는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한 것이며, 22%는 사소한 고민이며, 약 4%는 우리 힘으로도 어쩔  도리가 없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나머지 4% 정도만이 우리가 미리 걱정하고 염려함으로써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것이다.


다른 이들보다 걱정을 많이 하는 편이다. 일종의 불안증에서 시작된 것일 테지만, 남들에 비해서 지나치게 걱정을 많이 하는 것이 나의 가장 큰 걱정거리다. 걱정을 가불해서 미리 해 봤자 해결되지도 않지만 일단 걱정을 하게 되면 나는 심혈을 기울여서 걱정을 한다. 이런 쓸데없는 짓은 정신건강에도 해롭겠지만 정말 몸의 병증으로 나타날 때도 있다. 예를 들어 병원에 갈 때마다 혈압을 재면 혈압이 높게 나온다. 고혈압 진단을 받아야 될 정도다. 병원에서 혈압을 잴 때마다 '고혈압이면 어쩌지?'라고 걱정을 한 때문인 듯하다. 그런데 집에서 안정된 상태에서 혈압을 재면 정상범위다. 나도 이런 내가 싫다. 그런데 어쩌랴 이렇게 생겨먹은 것을.


치끝이 아련하게 아팠고, 소화도 되지 않아서 원래 2년마다 하는 건강검진이 여름이었지만 조금 일찍 받았다. 대학병원에서 검진을 했는데 결과는 3주 정도 걸린다고 한다. 지옥 같은 3주를 보내겠다고 또 미리  한걱정이다. 이런 나를 보고 동생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파란 해달 보노보노는 배가 고파지면 곤란하니까 미리 조개를 들고 다닌다. 보노보노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 너부리는 나중에 걱정하면 될 걸 왜 지금부터 걱정하냐고 짜증을 낸다. 옆에 있던 포로리는 보노보노의 고민을 한 술 더 떠서 걱정하며 갑분싸를 만든다. 이에 우리의 야옹이 형이 소심하고 걱정 많은 보노보노에게 말한다.

보노보노야, 살아있는 한 곤란하게 돼 있어. 살아 있는 한 무조건 곤란해. 곤란하지 않게 사는 방법 따윈 결코 없어. 그리고 곤란한 일은 결국 끝나게 돼 있어. 어때? 이제 좀 안심하고 곤란해할 수 있겠지?


내가 걱정을 사서 하는 만큼이나 나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걱정되겠지? 야옹이 형의 말처럼 걱정은 결국 끝날 것이니, 마음 편히 걱정하라는 말이 위로가 된다. 야옹이형은 틀린 말 할 고양이(원래는 삵이지만)가 아니니까.   


아이아 코카 할아버지가 내일을 위해 살라고 하니, 오늘 걱정은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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