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

날 속일 순 없지.

by ODD

사건의 나열은 끝났다. 이전 이야기에 나온 두 번의 큰 실패 이후 사실 내 이야기는 끝이다. 내 인생 대부분의 시간은 혼자서 생각하며 보냈기 때문에 추상적인 부분이 많아서 내 행동들을 글로 나열했을 때 그 내용이 얼마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제부터가 진짜다.

내 생각들, 내 추상적인 이야기들이야말로 내 뿌리라고 말할 수 있겠다.


하지만 알고 있다.

추상적인 이야기들이야말로 특히나 공감받기 어렵고 거부감을 느끼기 쉽다는 것을.


그래서 최대한 함축한 뒤, 굵게 한 번에 쓰려고 한다.



같은 사건이라도 목격자가 누구냐에 따라서 얼마든지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 그리고 이 사건의 목격자는 하나가 아니다.

이 이야기를 쓰고 있는 나는 이미 여럿이기 때문에.

나는 내 어려움들의 탓을 여기로도 저기로도 돌릴 수 있다.

그렇다고 그것들이 딱히 거짓말인 것은 아니다.

내 진심은 실제로 동시에 여러 가지를 느끼기 때문에.


그리고 결정했다.

‘나’ 중에 가장 합리적인 내가 결정했다.

이 모든 이야기의 모든 부정의 탓은 내 탓이라는 걸.

그래서 얼마 남지 않은 앞으로의 이야기에서는 내 추악함을 고발하고 그에 대한 자기반성을 담아냈으면 한다.



내 추악함.


난 알고 있다.


넌 나를 속일 수 없지.


난 너가 뭐가 되고 싶어서 뭘 얻으려 뭘 했는지 알고 있어.


그걸 제대로 이루기라도 했다면 나도 아무 말 하지 않았을 거야.


그런데 그러지 못 했잖니.


우리가 이렇게 된 이유는 온전히 니 탓이라는 걸 우리는 알잖아.


아무도 우리를 볼 수 없지만, 우리끼리는 솔직해지자고.


너가 바랬던 그것들은 절대로 너가 가질 수 없었던 것들이었어.


그걸 알면서도 스스로 등에 얹고서 부러진 니 다리를 누가 고쳐주길 바래.


그 탓이 누구에게 돌아가길 바래.


이 이야기는 너가 솔직하지 않으면 끝나지 않는 이야기야.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너가 피해자인 줄 알고 엉뚱한 사람이 가해자인 줄 알잖니.


너가 모두의 앞에서 내가 부끄럽지 않도록 너가 부끄러워하는 모든 이야기를 했으면 해.


그게 우리의 속죄의 길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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