셋째 아이를 낳고 싶다

삼남매라서 견딜 수 있었다

by 알쏭달쏭

요새 아빠 생각이 자주 난다.
휠체어를 타는 사람을 보거나, 다리가 불편한 사람, 말이 조금 느린 사람을 마주칠 때면 자꾸 아빠가 떠오른다. 의도하지 않아도 마음이 먼저 반응한다.

얼마 전, 오랜만에 친한 동생들을 만났다.

아이들 키우는 이야기, 내가 병이 걸리게 된 이유, 요즘은 무엇보다 건강이 중요하다는 말들. 가볍게 시작했지만 사실은 가볍지 않은 대화들이었다. 햇빛이 잘 드는 창가자리였고 음악은 조용했다.


그 평온한 분위기 속에서 한 동생이 갑자기 말을 꺼냈다.


"언니, 나 셋째 임신했어."


순간 이게 진짜인가 싶을 정도로 놀랐다. 그리고 바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와 진짜야? 정말 축하해. 진짜 진짜 부럽다. "


그 말은 형식적인 축하가 아니었다. 정말 따뜻하고 순수한 축하와 솔직한 부러움이 동시에 밀려왔다. 그러다 문득, 아주 자연스럽게 '나도 셋째 갖고 싶다'는 생각이 마음속에 내려앉았다. 억지로 떠올린 생각이 아니라, 마치 오래전부터 거기 있었던 감정처럼.


남편에게 바로 카톡을 보냈다. 큰 기대를 한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답장은 생각보다 빨랐다.


"안돼. 정말 귀여울 것 같긴 하지만, 안 될 것 같아. "


담담하고 단호했다. 그 말에 더 이상 덧붙일 여지도 없었다. 남편의 허락 없이는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그 순간 또렷하게 실감했다. 거절해 줘서 고마운 건지, 아쉬운 건지, 서운한 건지, 여러 감정이 한꺼번에 겹쳐 올라왔다.


한편으로는 남편이 현실적인 선택을 해줘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 나는 정신과 약을 먹고 있고, 몸도 예전 같지 않다. 아이 둘을 키우는 것도 체력적으로 벅찰 때가 있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지금이 아니면 정말 늦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으로 마흔을 바라보는 나이, 지금도 이렇게 아픈데 조금만 더 늦어지면 육아는 더 고될 게 분명했다.


동생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언니는 왜 셋째를 갖고 싶어? "


나는 잠시 생각하다가, 결국 아빠 이야기를 꺼냈다.


"아빠가 오랫동안 편찮으셨잖아. 그때 삼 남매라서 정말 좋았어."


아빠는 오래 아프셨다. 말이 점점 느려졌고, 몸은 시간이 갈수록 약해지셨다. 예전처럼 우스갯소리를 하며 등산을 다니던 아빠의 모습은 어느새 기억 속에만 남아 있었다. 병실에 앉아 아빠 얼굴을 바라보던 날들이 아직도 선명하다. 상태가 갑자기 나빠져 중환자실로 옮길 때마다 마음은 철렁 내려앉았다.


그 시간 속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었다. 누군가는 아빠 곁에 있었고, 누군가는 병원 밖에서 현실을 챙겼다. 힘든 마음을 혼자 감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게 얼마나 큰 위로인지, 그때 처음 알았다.


"애가 한 명 더 있으면, 힘들 때 서로 의지가 될 것 같아. 지금도 가끔 첫째만 있었다면 가정해서 생각해 보곤 하는 데, 둘째가 있어서 훨씬 더 행복해졌거든. 그냥 가족 한 명이 더 있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 "


그리고 솔직한 마음도 덧붙였다.


"나 사실, 아기 너무 좋아해. 신생아 키우는 그 시간, 힘들어도 너무 사랑스럽잖아."


말을 하다 보니 마음이 조금 울컥했다.
아빠를 떠올리면 가족이 많다는 것의 의미가 달라진다. 기쁠 때보다, 아플 때, 무너질 때 그 진가가 드러난다.


그래서일까.
나는 자꾸 사람을 늘리고 싶어진다. 가족을, 관계를, 마음을.

셋째를 갖고 싶다는 마음은 단순히 아기가 예뻐서가 아니라 아빠를 통해 배운 삶의 방식 때문인지도 모른다.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
서로 기대어 버틸 수 있다는 기억.


그 기억이 지금의 나를 계속 앞으로 걷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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