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랑들의 결투
앙리 마티스, 이브 클랑, 김 환기
너도 파랑을 좋아하니?
그럼 그들의 사랑 이야기를 들려줄게
한 여인을 향한 그네들의 치열한 결투를
처음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앙리 마티스 가(家)의 파랑이었어
청순하고 찬란한
그 파랑은 세계 으뜸이었으니까
그들은 함께 성당을 장식하고
파랑 도형을 입은 그녀는
춤을 추며
온 유럽을 휩쓸었지
어느 날
새파랗게 젊은 파랑이 나타나
커플을 위협했어
이브 클랑 가(家) 출신이라나
막상막하 결투 후
나이 든 쪽이 스러지고
기세 등등 한 그 녀석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파랑
인터내셔널 클라인 블루를 만들어
그녀에게 헌정했지
사랑은 영원할 수 없는 법
우연히
동방에서 온 무명의 파랑이
그녀의 시선을 사로잡았어
김 환기 가(家) 출신의
사랑의 위험을 느낀 파랑은
일본에 가서 유도도 배우고
한판 결투를 신청했지
누가 이겼느냐고?
승부는 나지 않았어
젊은이가 결투 전날 갑자기 쓰러졌기 때문에
환기 가(家)의 파랑은 혼자 남아
그 사랑을 독차지했지
많은 이들의 부러움을 사며
날이면 날마다
예술의 뮤즈, 그녀가
남국의 섬들을
고대의 항아리를 구해오고
푸른 달을 따다
바쳤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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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노트: 프랑크푸르트 슈테델 미술관에서 파랑으로 유명한 앙리 마티스와 이브 클랑의 그림을 보았을 때 자연스레 김환기의 작품이 떠올랐습니다. 나라밖 세계만방에 그 작품의 위대함을 알리고 싶은 마음과 함께. 웅장한 스케일과 색채의 아름다움이 그네들 못지않으니까요.
앙리 마티스 <푸른 누드>대문의 그림: 앙리 마티스 <flowers and ceramic plate> 캔버스에 유채, 1913, 프랑크푸르트 슈테델 미술관
김환기<십만개의 점 04-VI-73 #316> 1973, 석파정 시립 미술관/ 이브 클랑<Blue Sponge Relief:RE 19>1958, 쾰른 루드비히 미술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