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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단을 내려오는 그녀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엠마>

by 램즈이어

어스름 속의 당신은

어디서 오고 있나요?


꿈나라에서?

이승세계에서?

자욱한 안개나라에서?


흩뿌연 모습 때문에

벌거벗었으나

덜 부끄럽고

신비하게 아름답군요


부드러운 목소리로

어떤 미지의 세계를

이야기하는 것 같아요


현실과 환상

선택과 우연

영감과 파괴의 중간은

우유부단하지만

행복하다고요?


흐릿한 경계

미리 정의되지 않음은

모호하지만

자유롭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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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노트: 쾰른의 루드비히 미술관에서 이 그림을 멀리서 보았을 때 후배는 " 앗! 리히터다!" 하고 외쳤습니다. 미술에 박식한 사람은 그의 스타일 때문에 단박 알아보는데, 저는 이 거장을 몰라보고 무슨 유령그림인가 했습니다. 사진의 리얼리즘과 회화의 붓질을 모두 담아내는

포토 리얼리즘 화가로서, 추상과 구상, 채색화와 단색화를 넘나드는 그분을 요즘에야 만나고 있습니다.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엠마> 1966, 쾰른 루드비히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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