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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프트 통신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지리학자>

by 램즈이어

지구본과 세계지도를 배경으로

컴퍼스로 도면을 그리다

잠시 창을 바라보는 예리한 눈매

꿈꾸는 듯 상념에 잠기다


그 빈틈없는 눈빛에

화가의 예술혼도 실려

시공간의 항해를 시작하다


델프트를 떠나 땅끝 동방 나라까지

350여 년을 날아 2023년 도착

시끌벅적한

21세기 회신들

36점 밖에 남지 않아

모두 보는 것을

버켓 리스트 삼았어요


외유(外遊) 안 하는

북유럽의 모나리자 보러

헤이그행 비행기를 타려 해요

열한 명 아이 부양하는

빠듯한 살림에

어찌 그리 청금석을 팡팡 쓰셨나요?

무슨 소리!

그 울트라마린 덕분에

가짜그림을 찾아냈다는데


파랑을 볼 때

한없이 기쁘고 설레는 마음

도파민 분비가 증가하나 봐요


무엇보다도

왼쪽 창에서 빛이 들어오고

신비함과 평온함 감도는

방을 들여다볼 수만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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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노트: 네덜란드 화가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그림은 36점 정도만 남아 있다고 해서 한점 한 점을 직접 볼 때마다 감회가 컸습니다. 평생 델프트에서만 머물렀던 그의 <지리학자> 그림에서 주인공의 치밀함과 탐구의 분위기가 화가 자신의 성품처럼 다가왔고, 지구본(천구의)과 지도는 광활한 세계를 향한 그의 숨은 갈망이 담겨 있는 듯했습니다.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지리학자> 1668-1669, 프랑크푸르트 슈테델 미술관, 캔버스에 유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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