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국모국경 Jan 30. 2023

'누구나' 할 수는 있다.

설 명절이라 친정엘 가는 길이었다.

'요새는 명절이 명절 같지 않다' 말하지만 도로의 막힘만큼은 제외된 듯 여전히 명절 티를 내며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그러다 대구 초입인 고령쯤에선 아예 서 버렸다. 정체 구간임을 재빠르게 파악한 내비게이션은 얼마 있지 않아 평소 안내하던 도로가 아닌 다른 도로로 안내하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고속도로가 막히니 국도로 빠져나와 정체구간을 피하고 나서 다시 고속도로로 진입하는 것이었다.  길을 잘 안내해 주는 기계가 있어 내 목적지인 친정엄마집엘 제대로, 그것도 명절답지 않게 순탄하게 닿을 수 있었다.


사람들은 말한다. 성공하고 싶다면 분명한 목표를 지니고 열심히 살아야 한다고.  그런데 정말 목표가 없어서, 그리고  열심히, 성실히 살지 않아서 성공하지 못한 것일까? 내 인생에는 언제나 목표가 있었다. 그것도 명절에 도착하고자 했던 '친정엄마집'만큼이나 명확히 있었다. 하지만  인생의 목표점은 친정엄마집 가는 것과 달리 그 목표점을 향해 갈 수 있는 길을 알려주는 내비게이션이 존재하지는 않았다.  내비게이션 없이도 다행히 잘 도달한 목표도 있었지만  닿는 방법을 몰라 흐지부지시켜 버리거나 중도에 포기해야 했던 목표들도 많았다.


지난주는 경찰 시험승진과 심사승진 발표가 있었다. 결과를 떠나 '승진'이라는 목표를 두고 다들 얼마나 애쓰고 애쓰며 각자의 1여 년의 시간을 보냈을지 짐작하고도 남음이다. 하지만 그 속에는 엉뚱한 노력도 있었다. 노력의 영역도 운의 영역도 아닌 처음부터 절대적으로 불가능했던 것을 목표로 삼은 것이다. 나 역시 절대적으로 불가능했던 것을 모른 채 후배에게 '할 수 있다. 할 수 있다. 1%의 가능성이라도 있으면 도전해야 하는 것이다.' 부축이여 바람을 넣었고 잠시나마  그 입김에 승진을 꿈꾸던 후배에게 실망을 안겨주었다. 후배는 심사 승진을 준비했고 심사승 진은 단순히 일만 열심히 한다고 선발되는 것이 아니라는  떨어지고 나서야 알았다.

객관적으로 평가받아야 하는 항목들이 있었다. 난 그런 항목들과 항목별 획득해야 할 배점이 있다는 걸 알지 못했다. 심사승진을 위한 기본도 모른 채 그저 '할 수 있다'라고 외친 억지스러운 내 목소리가 선배로서 부끄러웠고 미안했다.


하지만 그래도 내 입장에서 굳이 변명하자면 그 무식이 내 탓만은 아니었다. 승진심사 기준은 공개되어 있지 않았다.  공개되어 있지 않았기에 그런 기준이 있다는 것조차 몰랐던 것이다. 그래서 그 후배는 심사 승진에서 절대적으로 할 수 없는 위치(연차)라는 걸 미리 예측할 수가 없었다. 나뿐 아니라 대부분의 직원들이 이런 기준을 알지 못한다. 알지 못하기에 떨어지면 관운이 없었던 것으로 퉁쳐버리거나  빽이 없어 그런 건 아닌가 하고 의구심을 품고 말뿐이다.


기회는 공평하게 주어진다. 13만 경찰 누구에게나 승진이라는 목표점은 그 누구도 배제시키지 않고 공평하게 주어진다. 하지만 목표점만 공평하다 해서 정말 공평한 것일까? 목표에 닿을 수 있는 길이나 기준이 있고, 그 기준이 공개되어 있지 않다면 그래서 누군가는 그 길을 알고 가고 다른 누군가는 그 길을 모르고 간다면 그래도 공평하다 말할 수 있을까???


'공평에 대한 의구심은 어쩌면 공개되지 못한 모습이 만들어낸 산출물은 아닌 것인지...' 하는 생각을 일주일 내내 털어내지 못하고 기어이 기록하게 한다.


 




작가의 이전글 경찰을 해서는 안 되는 나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