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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티 Apr 12. 2023

불편한 편의점, 살아가는 아름다움에 대하여



책 표지도 그렇고, 제목도 묘하게 나미야 잡화점의 기억(히가시노 게이고 저)이 떠오르게 했기에, 아름다운 J-POP의 한국 리메이크 버전처럼 비슷한 곡조의 책이 아닐까하여 굳이 굳이 외면하기를 1년. 나미야 책의 내용이 잊혀질 무렵에 드디어 불편한 편의점의 첫 장을 넘길 수 있었다.




찾아갈 때마다 묘하게 불편한 구석이 있는, 서울 어느 작은 동네의 편의점이 있다. 동네 자체도 썩 좋은 구석이 없는데, 편의점 위치는 더 좋지 못해 구태여 찾아가려는 마음을 먹지 않으면 발길이 닿지 않는 위치다.


위치 못지않게 불편한 것은, 요상한 분위기에 위협적인 외모를 풍기는 곰 같이 생긴 아저씨 알바생. 가까이 가면 냄새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 계산할 때마다 말투는 어찌그리 어리숙하고 투박한지.


불편한데도, 왠지 모르게 다시 가고싶은 마음이 드는 것은 왜일까? 라는 질문으로부터 편의점을 둘러싼 인물들의 저마다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수상한 노숙자 같은 알바생의 정체를 밝혀나가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다.





각 장은 서로 다른 인물의 이야기를 담아낸 옴니버스 식의 구성으로, 서로 다른 이야기 간의 개연성이 촘촘하게 바느질되어 있어서 읽는 즐거움이 좋았다. 또, 인물 설정에 있어서 빈틈 없이 복선을 주고, 클라이맥스에서 아름답게 매듭지어 줌으로써 읽고나서 찜찜함이 없는,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저마다의 삶, 그 살아가는 아름다움. 스쳐가는 인연의 소중함에 대한 주제는, 여전히 나미다 잡화점의 기억과 겹쳐지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들었다. 


물론, 이미지가 비슷하다는 것이지, 불편한 편의점 역시 독창적인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읽기 전에는 분명히 아류작일 것이라고 추정했지만)


책 구석구석 숨어있는 작가의 언어유희도 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묘사와 전개의 속도가 나와는 잘 맞아서, 어떤 장면에서는 한편의 영화를 보는듯한 기분도 들었다.(언젠가 영화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점점 쌀쌀해지는 날씨에, 마음 속 난로를 켜는 따뜻한 소설이어서 너무나 감사했다. 



나와 반대로, 이 책을 읽고 곧바로 나미다 책을 읽는 것도 그리 좋은 생각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러브액츄얼리의 여운이 충분히(아니 아주) 가셨을 때, 개봉한 어바웃타임은 얼마나 감사한 작품이었던가. 하지만 이 책을 즐겁게 읽었다면, 꼭 나미다도 언젠가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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