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9.25
학기 시작은 9월 28인데 아이가 미리 가고 싶다고 하여 이틀 일찍 출국하게 되었다. 한참 전에 비행기 예매를 했어서 가려면 아직 멀었네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어느덧 출국전날이 되어 버렸다. 작년까지만 해도 출국할 때가 되면 아이짐을 챙기느라 분주했는데 이제는 나의 도움 없이 본인이 알아서 짐을 챙기겠다고 했다. 순간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 잠시 고민했다가 이제는 본인이 하는 게 맞는 것 같아 그러라고 했다. 필요하다는 것들만 사주고 짐을 다 챙긴 것을 확인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왠지 모를 섭섭함이 마음 한구석에 있긴 핸다.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해서 빨리 자야 되는데 도무지 잠이 오질 않는다. 이리저리 뒤척이다 결국은 일어나서 아이는 잘 자고 있는지 방문을 열어봤다. 혹시나 밤잠을 설치고 있지나 않나 했더니 다행히 새근새근 편안하게 잘 자고 있다. 내일이면 내 품을 떠날 멀리 가버릴 거라 생각하니 이렇게 자고 있는 모습이 아이로서 나에게 보여주는 마지막 모습이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한참을 보고 있으니 아쉽고 애처롭고 미안한 마음에 눈시울이 붉어진다.
성인이 된 아이의 자는 모습은 갓난아기 때와 똑같다. 한쪽 팔을 올리고 엄지 손가락을 손 안으로 넣은 주먹을 지고 편안하게 눈을 감고 지긋이 닫은 입술이 뻥 튀기 하여 사이즈만 키워놓은 듯하다. 만지면 부서질 듯 조그맣던 아이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한데 어느덧 이렇게 훌쩍 커버렸다. 섭섭한 건지 걱정이 되는 건지, 반대로 대견한 건지 자랑스러운지 알 수 없는 감정이 뒤죽박죽 섞여 돌돌 휘몰아친다.
같이 잘 지내는 동안에 이러다 곧 떠나겠지, 떠나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이 문득 떠올라 갑자기 슬픔이 복받쳐 온 순간이 몇 번 있었다. 그래도 아직은 내 옆에 있으니 현재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아직 시간이 있음에 감사했다. 후회 없도록 잘 지내고 나면 아무렇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미리 상상을 했었고 마음을 다 잡고 다짐을 했었고 일어날 일이 일어났는데도 그 순간을 맞닥트리니 뭐라고 딱 집어 말하기 힘든 복잡한 감정이 되어버린다.
영원히 헤어지는 것도 아니고 보고 싶으면 가면 되고 매일 전화도 할 것이고 수개월 내로 또 한국에 올 것인데 다시 못 볼 것 같은 이별의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진짜 성인이 되고 이제는 부모의 동의 없이 모든 걸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이어서 다르게 느끼는 건가? 한 번은 아이를 데리고 은행을 갔더니 아이가 미성년자가 아니기 때문에 이제는 어머님이 대리자로 처리할 수 없다는 얘기를 했다. 그때 새삼 깨달았다. 이제는 내가 필요 없는 나이가 되었다는 걸. 더 이상 내가 돌봐줘야 할 아이가 아니라 혼자 결정하고 책임을 질 성인이 되었다는 걸. 그래서 섭섭한 건가? 아이가 원하면 영원히 떠날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가?
나이가 들면 점점 더 감성적이 되고 마음이 약해지고 조금만 일에도 감정기복이 심해진다더니 그래서 그런지 이성적으로 통제가 안되고 감정에 휘둘리게 되는 것 같다. 늙었나 보다.
내일 공항에서 헤어질 때 눈물은 보이지 말아야지. 헤어짐이 또 다른 시작임을 알리며 축복하며 행복한 모습으로 보내야지 마음을 단단히 먹는다. 다시 잠을 청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