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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이 Oct 26. 2022

3.4 정치하는 교사

  학교에 있으면서 나의 노력과 실력만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원하는 교육활동, 내가 원하는 업무, 내가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주변 선생님, 관리자, 장학사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노력과 실력이 아닌 인간관계로 유용한 정보를 얻고, 그 정보를 활용하여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은 과연 공정한 것일까? 




  몇 년 전 교직 생활을 소재로 한 드라마 ‘블랙독’이 인기를 끌었다. 첫 화를 보고 난 후 고구마를 한 입 가득 베어 먹은 듯 답답함을 느꼈다. 그리고 나의 신규교사 때 모습을 다시 떠올리게 되었다. 1화 드라마의 내용 중 도연우 교사가 첫 출근한 고하늘 교사에게 지나가면서 “교사는 정치보다는 학생이나 수업 쪽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나의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내가 신규교사일 때 어떤 선배 교사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었다. 학교에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수업보다는 행정업무를 잘해야 하고 학생에게 온 힘을 쏟기보다는 정치를 잘해야 한다고 조언을 해 주셨다. 그 당시 이런 조언을 들을 때마다 웃으며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하며 자리를 피했다. 솔직히 이런 조언을 듣는 것이 너무 거북했다.


  그러나 그 선배 교사가 말한 ‘정치’의 의미를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학생들에게  유익하고 의미 있는 수업이나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멋진 계획서보다 신뢰로운 인간관계가 더 중요하게 작용하기도 한다. 그래서 부서 부장님, 행정실장님, 교감 선생님, 교장 선생님과 평소 친분을 쌓아두면 내가 원하는 수업이나 활동을 쉽게 제안할 수 있고, 결재를 받을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원하는 교육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가끔 아부를 하고, 커피도 타야 하고, 듣기 싫은 말도 들어야 하고, 개인적인 부탁도 들어줘야 편하다. 즉, 학교에서 정치를 잘해야 내가 하고 싶은 교육활동을 할 수 있다.   


정치: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으로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을 한다.


  사전에 나온 정치의 역할은 긍정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정치한다’라는 말에 긍정적인 인식만을 갖지 못하는 것은 기존 정치에서 공정하지 못한 방법으로 권력 또는 지위를 획득하거나, 정치의 목적이 구성원들의 인간다운 삶과 공동체 질서 유지를 향해 있지 않은 경우를 본 적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학교에서도 인간관계로 인해 지위를 획득하거나, 유용한 정보를 얻거나, 개인이 가진 실력보다 더 큰 성과를 얻는 경우가 있다. 나도 인간관계로 인해 유용한 정보를 얻고, 내가 하고 싶은 교육활동을 하고, 좋은 성과를 얻었다. 그러나 인간관계가 원활하지 않은 선생님은, 학교에서 정치를 못하는 선생님은 유용한 정보를 얻지 못 하고 교육활동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한편으로는 정치(인간관계)를 잘하는 것 또한 노력이고 실력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인간관계)로 인해 교사의 교육활동, 지위, 성과에 영향을 준다면 불공정한 처사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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