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를 옮긴 첫 해에 가장 많이 들었고, 이듬해부터는 나도 모르게 가장 많이 내뱉게 되는 단어, '원래 그래.'.
"다른 학교에서는 이렇게...."
"아, 여기서는 원래 이렇게 해."
"이렇게 하면 안 되지 않나요...?"
"여긴 원래 이렇게 해왔어. 여기 상황 상 어쩔 수 없어. 원래 그래."
학교를 옮긴 1년 차, 의문이 드는 일에 설명을 요구하면 이게 왜 좋은지가 아니라 '원래'라는 단어가 붙어왔다. 새 학교에 적응해나가면서부터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꼈던 상황들에 익숙해져 버려서 나도 더 이상 불편하지 않았다. 이듬해 나와 같은 질문을 던진 선생님께는 나 역시도 '원래'라는 수식어 아래 학교의 많은 일을 설명하고 있었다. 3년 차에는 너무 당연해져서 그게 왜 이상한지조차 생각하지 않게 되었다. 사실은 나도 안 지 2년밖에 지나지 않은 일인데도 태초부터 그랬다는 듯 설명하게 되었고, 이유를 물어오면 '원래'라는 쉬운 이유를 대는 것에 익숙해졌다.
우리 학교의 역사를 반직선으로 그려볼 때 나는 어느 시점에 있을 뿐이다. 과거의 일은 어떠한 이유에 의해 시작되었고, 유지되어 왔다. 다른 곳에서는 정착된 교육활동이나 시스템들이 우리 학교에서는 이루어지고 있지 않거나 다른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을 보면서 구시대적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실 원래라는 것은 없다. 그것도 언젠가는 시작점에 불과했고, 바뀌지 않은 것일 뿐. 예전에는 그 당시의 필요성에 의해 만들었지만 지금 상황과는 별개로 관성처럼 이어져 내려온 것일 수 있다. 어쩌면 누군가 시간에 쫓겨서 대강 만든 틀이 '원래'가 되어버린 것 일수도 있다. 그와 동시에 지금 시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일들은 선례를 개선해온 결과이기도 하다. 또 그 학교만의 특수성을 반영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이것에 대한 질문에 '원래'라는 만능 치트키로 설명을 한다면 더 이상 할 말도 없어지고 개선하려는 노력도 없어진다. 원래라는 말 대신 왜 이렇게 되어왔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더 나은 방향을 함께 논의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