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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이 Oct 27. 2022

6.1.5 학생지도 매뉴얼

  교사로 살아가기 힘든 이유 중 하나는 다양한 교육활동 속에서 어떤 것이 정답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답을 써놓은 책, 즉 매뉴얼을 편찬해 그대로 따라가면 되지 않을까? 오늘은 교사의 매뉴얼에 대한 내 생각을 펼쳐보고자 한다.




  우리 부서에 신규로 온 선생님은 올해 무척 힘들다. 생활지도가 힘든 반을 맡았기 때문이다. 28살의 초임 선생님이 맡기에는 확실히 좀 버겁기는 하다. 특히 그 선생님은 모범적으로 학업생활을 마친 내성적이고 사근사근한 성격으로 다른 사람들을 이끄는 것이 아직은 익숙하지 않다. 이 선생님에게 필요한 것은 과연 무엇이고 무엇이 부족한 것일까? 만약 학생지도1 매뉴얼 있다면 도움이 될까?


  모든 일에는 매뉴얼이 필요하고 있으면 도움이 된다. 그렇기에 학생지도 부분에서도 교사를 위한 매뉴얼이 존재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학생지도 매뉴얼은 편찬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학생지도 매뉴얼이 존재하기 위해서 제일 먼저 합의해야 할 사항은 어떤 학생을 길러낼 것인가에 대한 항목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질서에 순응하는 학생인가? 아니면 창의적인 학생인가? 지식을 많이 가지고 있는 학생인가? 아니면 전인적인 학생인가?


  사고를 한 번도 치지 않고 평탄하게 학창 시절을 보낸 학생이 있다고 가정해 보면, 과연 그 학생은 어른이 되어 문제 상황에 직면했을 때 올바르게 대처하는 방법을 알고 있을까? 오히려 학창 시절에 좌충우돌했던 학생들이 더 문제를 잘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또 상황에 맞는 지도법을 모두 제시할 수 있을까? 두 명의 학생이 수업시간에 선생님의 지시를 어기고 대들었다고 가정해보자. 과연 두 학생에게 같은 지도법을 적용하는 것이 올바른 지도법이라고 할 수 있을까?


  우리가 학생지도에 대한 매뉴얼을 만들 때 교사가 책 잡히지 않는 방법에 대한 매뉴얼은 충분히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학생과 단 둘이 상담하지 않기, 수업권을 침해하지 않기, 욕 하지 않기, 체벌하지 않기, 모든 일은 부모와 상담하여 공유하기 등등 말이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은 피상적인 조언에 그칠 수밖에 없다. 교사의 언어적 혹은 비언어적 표현, 말의 전달 과정에 있어서의 배려, 이야기를 꺼내는 타이밍까지 너무도 많은 장면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사안들을 하나하나 규정하는 매뉴얼은 쓸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인간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키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다, 하지만 인간은 원래 비합리적이고 이기적이며 변덕스러운 존재이다. 오늘은 좋았던 것이 내일은 싫을 수 있고 아무것도 아닌 것에 집착하기도 하며 심지어는 스스로를 속이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인간이 가진 불합리함을 직접적으로 다루어야 하는 우리에게 과연 매뉴얼이 존재할 수 있을까?


  매뉴얼이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이 있다. 우리가 그만큼 어려운 직업에 종사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어떤 해답이 없는 상황을 계속 맞닥뜨리며 교사 개인의 힘으로 해결해 나가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나의 행동은 교육적 이해나 특수한 상황적 이해가 없는 제삼자에 의해 너무 쉽게 평가되며 불이익을 받기도 한다. 가령 교사가 학생들의 잘못을 지적할 때 밖에서는 단순히 교사가 화를 내는 행동에 대해서만 지적하며 교사의 비인간성을 강조하지만 그 이면에 교사가 학생들을 혼내기까지 관여하였던 교육 장면이나 학생들과의 관계, 학생의 발달단계까지 교사가 고민하였던 과정들이 있었다는 것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생각보다 대부분의 상황에서 교사의 행동을 이해하는 학생들이 다수라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리고 이러한 불합리한 상황 하에서 서서히 열정과 의지를 포기하게 만든다.


  가끔씩은 후배 교사들에게 열심히 하라는 말을 하기가 망설여진다. 열심히 해봤자 남는 것이 거의 없고 오히려 열심히 한 행동 때문에 눈에 띄어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 처해있기에 우리는 교육자로써의 자세를 잃지 말아야 한다. 우리의 행동이 한 사람의 인생을 좋게도 나쁘게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인식하고 매뉴얼을 뛰어넘어 교육의 옳은 방향을 고민하고 이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그렇기에 교육에 있어 성직관은 포기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의 학생지도는 광의의 의미로 교사와 학생 간에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상황을 포함하는 의미로 쓰인다. 학생부에서 실시하는 생활지도, 즉 인성지도와는 다른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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