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는 서양과 달리 논쟁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많이 갖고 있다. 참는 것이 이기는 것이라는 말이 있듯 우리 사회는 갈등 상황에서 치열하게 논쟁하기보다 내가 참고 상대를 포용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긴다. 논쟁은 오히려 갈등을 조장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가 아고뤠에 글을 기고해주시는 분들, 심지어 자주 글을 쓰는 아고뤠 편집부 선생님들도 글을 건네며 이렇게 말한다.
"이런 글을 써도 될까요? 누군가에게 불편한 글이 되지 않을까요?"
한편 나는 다른 곳에서 이런 말도 듣는다.
"사람들이 생각이 없어서 글을 안 쓰고 말을 안 하는 게 아니야."
이 모두가 논쟁 또는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는 것이 조직에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리라. 하지만 나는 이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아고뤠 편집부 회의를 하면서 선생님들과 치열한 논쟁을 하며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느낌(?)과 동시에 깨달음의 희열을 느껴보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양한 생각을 듣고 이를 고민해 보는 것이 공동체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수록 문제를 다각도로 볼 수 있고, 다양한 변수를 고려하여 더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의견이 의사결정에 반영되느냐 아니냐를 떠나 가치 있는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장 자체가 조직의 발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작년(2020년)부터 우리 교육 공동체 가족의 다양한 의견을 듣는 장으로 아고뤠를 시작했다. 그래서 ‘잘하고 있냐?’하고 묻는다면 사실 부끄럽게도 자신 있게 ‘네’라고 대답하기는 힘들다. 최근에는 ‘아고뤠가 또 다른 권력이 되었다’, ‘정치적이다’라는 비판도 들었다.
하지만 이런 비판 때문에 아고뤠를 접을 생각은 없다. 오히려 아고뤠에 대한 비판을 기고해주시기를 바라고 있다. 아고뤠가 이런 글까지 싣는 소식지가 된다면 나는 조금 덜 부끄러울 것이다.
소통이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 아무리 건전하더라도 비판은 태생적으로 뾰족한 부분을 갖고 있어서 듣는 이의 마음을 콕콕 찌른다. 하지만 이 목소리가 누구를 해하기 위함이 아니라 우리 공동체에 대한 관심과 애정에서 비롯된 것임을 안다. 그래서 이 목소리는 나에게 상처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좋은 자극이 되어 우리와 공동체를 성장시킬 것이라 믿는다.
처음 아고뤠를 만들 때부터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광장, 아고라가 되기를 원했고 이곳에서 ‘아! 고뤠?’ 하며 다른 이의 입장을 듣고 이해해보는 장이 되길 바랐다. 앞으로도 교육 공동체 안에서 아고뤠가 우리 삶을 나누는 장이자 의견 교환의 장이 되기를 다시 한 번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