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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재영 Aug 17. 2018

인간답게

2018년 8월 16일, 백열네 번째

인간답게 죽는 일이
차라리
인간답게 살아내는 일보다 쉽다

30m
미간의 주름과 씰룩이는 입술
진동하는 동공까지 보이는 거리
백 명의 사람이 이오횡대로
백 명의 마주선 이오횡대를 바라본다

장전,
고개를 숙여 머스켓 총을 세우고
화약봉투를 찢어 총구에 화약을 붓고
막대로 화약을 다지고 탄환을 넣고 뇌관을 연결하고
총을 들어 공이치기를 젖히고

조준,
심호흡을 하고 겨냥쇠 위에 얹힌 사람을 본다
다시 숨을 쉬고 사람을 본다
똑같이 부동자세로 나를 노리며 숨을 쉬는
사람을 본다

발사.
요란히 화약이 터지고
질낮은 화약이 뿜어내는 연기가 짙다
연기가 걷히면 다시
백 명의 사람이 이오횡대로
백 명의 마주선 이오횡대를 바라본다

동족에게 겁을 집어먹은 사람은
은근히 머리 위 모자에 탄환을 쏘아
차라리 나를 죽여줄 때까지
살인하지 않는다
인간답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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