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29일, 백열여섯 번째
사람의 탈을 쓴 짐승이 부럽다.
자기가 제일 불쌍한 줄 아는 사람이, 한번도 부끄러워 본 적 없는 사람이, 호의를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이, 자기 말이 다 맞다는 사람이, 나는 참 부럽다.
나는 힘들어서 못 살겠다.
측은지심에 어떤 이를 도와주고 나면 그가 사실 전부터 풍족했음을 깨닫는다. 오지랖이다.
아는 체를 좋아해 입을 놀리다보면 얼굴이 화끈해 주둥이를 닥친다. 자존감이 낮다.
누가 나를 도와주면 고마움은 얼마 못 가 불편함으로 바랜다. 계산적이다.
틀린 말엔 죽자고 덤빈다. 외골수.
누군가에게는 내가 짐승같겠지. 퉷, 거울에 가래침을 모아 뱉는다.
뱉은 침을 슥슥 문질러 닦고 다시 안심.
짐승은 거울을 볼 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