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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수 Nov 29. 2021

취준생으로 돌아간다면 꼭 하고 싶은 '이것'

취준생이라면 하세요, 두번 하세요

내 이력을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나야말로 꽤 오랜 시간 취업준비를 해왔다. 졸업학기에 어설픈 취준으로 광탈을 맛봤으나 다행히 한 학기 유예만에 신한은행, LG모계열사에 합격하게 되는데 이게 내 취업 운의 끝이었음을 그땐 아무도 몰랐다. 이후 은행을 1년만에 퇴사, 지금 회사에 들어오기까지 4년여 정착하지 못하고 취준생 시절을 보냈다.


그 4년간 작성한 자소서만 못해도 300여개, 그야말로 합격과 불합격의 난투극이었다. 누군가는 이렇게 파란만장하게 길었던 나의 취업 준비 기간을 가엾게 여길 수 있겠으나 나에게 당시 4년은 그 어느 때보다 빛나는 시기 중 하나였다.


수십번의 해외여행, 취업학개론 팟캐스트 운영, 책 2권 출간, 다수의 방송 출연 및 지금 결혼 상대와의 연애까지. 현재의 일, 내가 추억하는 좋은 기억, 내 가족 등 지금의 나를 구성하는 거의 모든 것이 그 4년이라는 기간에 만들어졌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모든 걸 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자유' 그리고 '확신'이다. 자유는 당연히 학교, 직장 등 소속이 없는 데에서 오는 시간적 자유, 심리적 자유다. 내가 원하는 시간에 잠들 수 있고 원하는 시간에 일어날 수 있었으며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것을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었다. 월요일 한낮에 바쁜 직장인들을 안주 삼아 편맥하는 기분을 아는가.


확신은 취업에 대한 확신이었다. 내가 다른 것도 아닌 '취업'이 안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언제냐의 문제이지, 어딘가는 들어갈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사람인 이상 흔들린 적도 물론 있었다. 원하는 기업에 광탈할 때에는 이러다 안될지도 모른다, 취업은 내 길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자고 일어나면 또 다른 공고를 찾아 쓰고 또 썼다.


취업은 청춘의 끝이요, 결혼은 인생의 끝이니...

이 강한 확신은 하나의 불안을 만들었다. '취업이 돼버리면 어떡하지'. 취업이 되면 내 자유가 사라질텐데. 주변 직장인들 혹은 과거 은행원 시절과 같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회사에 메여있는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 취업은 청춘의 끝, 결혼은 인생의 끝(그리고 다른 인생의 시작). 그 때부터 이 말을 줄곧 달고 살았던 것 같다. 사춘기가 좀 늦게 왔던 거 같기도.


결과적으로 내 확신과 불안은 틀리지 않았다. 어찌됐건 괜찮은 직장에 난 취업이 됐고 내 생각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 지금이 불행하진 않지만 자유시절에 대한 그리움과 미련은 어쩔 수 없다. 후회없이 원하는 걸 했다고 생각하지만 다시 돌아가면 더 격하게 해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결국 아쉬움은 해야할 것이 아닌 하고 싶은 것에 더욱 크게 남는 법.


다시 돌아가고 싶다. 다시 돌아가 똑같이 취업준비보다 내 청춘에, 젊은 시절에 최선을 다해보고 싶다.

인생의 진리는 슬램덩크에서

고된 취업 준비에 가려 잘 보이지 않겠지만 여러분은 지금 청춘의 한복판을 지나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취준생 이전에 청춘입니다. '이미 끝났다, 학생 시절이 좋았다', 한탄하는 사이 어느 덧 남은 청춘은 끝나버리고 정말 치열한 사회생활의 터널로 빨려들어가게 됩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은 곧 취업이 돼 직장인이 될 것이며 그때 이 글이 다시 생각날 겁니다. 가장 찬란해야 할 젊은 시절이 잊고 싶은 시절로 기억되는 것은 어떻게 생각해도 슬픈 일이 아닐까요. 힘내세요.


(유튜브 캐치티비에 오시면 더 많은 이야기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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