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과의 이별
미혼인 나에게 마음으로 낳은 자식들이 있다. 첫째는 꼬비라는 하얀 스피츠의 강아지이고, 둘째는 루이라는 시고르자브종 강아지이다. 살면서 나에게 사랑이 무엇인지, 행복이 무엇인지 알려준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존재들이다.
세상에는 다양한 형태의 사랑이 존재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슬프면서 애절한 사랑을 꼽자면 바로 반려동물이 반려인에게 품는 사랑이 아닐까 싶다. 온 마음을 다해 쳐다보는 그 눈빛에서 참 많은 것을 배운다. 사랑이 무엇인지 알 수 없을 때 이게 바로 사랑이구나 하게 되는 그런 눈빛에 행복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슬프다. 내가 우리 강아지에게 줄 수 있는 사랑의 크기는 강아지가 나에게 주는 사랑의 크기에 비하면 한없이 작기 때문이다.
그렇게 사랑을 받으면서 나는 사랑을 받는 것조차 익숙해서 당연하게 여긴다. 나를 반겨주는 게 당연하고, 나를 사랑해 주는 게 당연하다 여긴다. 사실은 아무것도 당연한 건 없다. 강아지들은 이 세상에서 자기를 사랑해 줄 존재로 나를 선택했고, 나를 바라보고, 나를 사랑해 준 것이다. 근데 과연 나는 그 아이들의 기대에 미치고 있는 사람인가? 사실은 이런 생각조차도 못 할 만큼 어리석은 인간이었다. 그런데 꼬비를 보내고 나서는 내가 강아지의 견생을 책임질 수 있는 좋은 반려인 인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꼬비는 2014년 나에게 와서 2020년에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강아지의 생이라 쳐도 지나치게 짧은 생이었다. 꼬비가 처음 집에 오고 열흘쯤 지나서 몸이 아팠던 적이 있다. 그때 병원에서는 감기라며 약을 처방해 주었다. 그리고 언제부터 인가 꼬비는 뒷다리 한쪽을 절었다. 다른 병원에서 말하길 그 아팠던 것은 감기가 아니라 홍역이었고, 그 후유증으로 꼬비는 다리를 절고 치아가 많이 약했다. 2020년에 꼬비는 신부전증에 걸렸고 수치가 정말 최악이었는데도 걸어 다녔다. 수의사 선생님 생각에 꼬비는 사는 내내 몸이 약해 수치가 그렇게 나빠도 밥도 먹고 걸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하셨다. 이미 컨디션이 안 좋은 상태로 살아왔기 때문에 특별히 더 나쁘다고 본인조차 못 느꼈을 것이라고 했다. 그 말을 듣는데 평상시 꼬비가 예민하게 굴었던 모든 것들이 이해가 되며 마음이 아프고 미안했다.
꼬비는 신부전증으로 실명까지 왔고, 수치를 낮추기 위해 몸에 수액을 넣는 대신 심장으로 물이 찼다. 갈수록 걷지도 못하고 먹지도 못하고 하루하루 힘든 나날을 보냈다. 정기 검진을 받으러 병원에 갔는데 의사 선생님이 나를 보며 이렇게 물어봤다. “보호자분, 어떻게 하고 싶으세요?” 그 말에는 참 많은 말들이 생략되어 있었다. 꼬비는 갈수록 괴로울 것이고 고통스러운 미래만 앞두고 있는데 나는 내 욕심으로 꼬비를 내 옆에 하루하루 붙잡아야 할까? 그런 고민의 기로에 서서 더 이상 아프지 않게 해주는 것이 꼬비를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보내주기로 결정했다. 놀랍게도 꼬비는 그 결정을 알아들은 것처럼 아프고 나서 처음으로 발작을 하고, 처음으로 대변 실수를 했다. 그리고 안락사를 기다리는 데 동물 병원에 상주하는 고양이 한 마리가 와서 위로하는 것처럼 꼬비의 머리를 쓰다듬고 마치 인사를 하는 것처럼 보고 갔다. 그 순간 동물들도 모든 걸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존재구나 느끼며 슬프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위로를 받기도 했다.
꼬비를 보내며 화장을 하고 장례를 짧게 치르는 절차를 가졌다. 그곳에서도 강아지가 마중 나와 안내까지 하고 있었다. 사실은 너무 슬퍼서 그 강아지를 의식하지 못했다. 그런데 화장하는 동안 대기실에 앉아 울고 있는데, 그 강아지가 와서 내가 마주 볼 때까지 기다리더니 눈을 마주치자 눈물을 뚝뚝 흘려주었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그 아이의 눈빛과 눈물은 뚜렷하게 기억에 남는다.
강아지는 참 이상하다. 어느 순간 내 마음에 와서 내 모든 것들을 흔들어 놓는다. 강아지가 없는 세상은 상상조차 못 하게 나를 길들여 놓고 한순간 나를 떠났다. 나는 아직 꼬비 너랑 20년은 더 살고 싶었는데, 그랬으면 조금 덜 슬프게 너를 보낼 준비를 했을 텐데 하며 수많은 후회를 했다.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에서 반려동물이란 말을 쓰기에 동물들은 너무 생이 짧다며, 여행에서 잠시 함께 여행한 동반자라고 말하는 구절이 있다. 그 책을 꼬비를 보내고 읽게 되었는데 꼬비는 나의 긴 인생에 가장 행복했던 여행의 동반자였구나 하며 꼬비의 부재를 받아들인 것 같다.
<꼬비를 보내고 당시에 쓴 글>
날이 좋은 날엔 날이 좋아서
날이 흐린 날엔 날이 흐려서
술을 먹은 날엔 술을 마셔서
부질없지만 아침에 깰 때마다
네가 없는 건 사실 꿈이지 않을까
매일매일 생각해 본다
꿈이면 얼마나 좋을까
그래도 네가 아프지 않을 거란 믿음으로
또다시 나를 위로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