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1 중간고사
다사다난했던 내 초등학교 및 유년 시절이 지나고 본격적인 중학교 생활이 시작되었다. 나는 학급 반장으로 뽑혀 반 전체 아이들을 통솔하고 자칭 '모범생' 답게 타의 모범의 되도록 항상 노력하였다. 다른 학생들에게는 별 의미 없어 보이는 작은 쪽지시험에서도 최고 점수를 받기 위해 노력하였고 선생님들께 예의 바른 반장 및 학생으로 남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였다. 다른 학생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발표하고 학생들을 이끌고 공부를 열심히 하였다. 중학교 입학 후 60일 정도 지난 후, 대망의 첫 공식 시험인 중간고사가 다가오고 있었다.
나의 목표는 간단했다. 반에서 1등 하고 전교에서 30등 안에 들기. 그 당시 1학년 전교생은 350명 남짓 되었던 걸로 기억한다. 전교에서 상위 10% 안에 들고 반에서 1등을 한다면 뭔가 만족할 것 같았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목표는 높아질 것이고 언젠가는 전교 1등을 노리고 공부를 하겠지만 현재 현실적인 목표는 전교 30등 정도라고 생각되었다. 이유는 초등학교 시절 1년간 유학 생활을 하느라 타 학생들보다 한국어에 약점을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영어 시험도 있기에 영어 과목은 내가 압도적으로 유리하겠지만 다른 대부분의 과목들은 한국어가 주기 때문에 쉽지 않다고 생각했다. 여하튼, 난 반에서 1등 학고 전교에서 30등 안에 들기로 목표를 세우고 시험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시험 2주 전, 이것저것 작은 쪽지시험이나 수행평가에도 매우 예민해졌다. 혹여나 실수를 할까 두려웠고 우리 반에 다른 학생이 나보다 더 시험을 잘 치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도 생겼다. 공부를 하면서도 이상하게 자신감이 차기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초등학교 시절, 이미 다양한 도전에서 성공하고 실패해 본 경험이 있어서인지 꼭 성공하고 싶었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너무 괴로울 것 같은 생각에 매 순간 최선을 다해 공부했다. 중간고사 시험 기간 도중에는 적어도 공부에만 몰두했다.
마침내 시험 전날이 되었고 중간고사 스케줄을 받아들였다. 신기하게도 시험이 하루에 끝나지 않고 3일에 걸쳐 진행되었다. 첫날 3과목, 둘째 날 3과목, 마지막 날 2과목, 이렇게 총 8과목 시험을 치를 예정이었다. 다른 과목들은 다 자신 있었고 공부를 충분히 한 느낌이었으나, 첫날 치러질 예정인 일본어 과목이 뭔가 불안했다. 국어, 영어, 수학, 사회, 과학 등 주요 과목들은 평소에 자주 접했고 기본적으로 자신이 있었기에 괜찮았지만 일본어는 난생처음 공부해 보는 과목이기에 두려움이 앞섰다.
그렇게 시험이 시작되었고 중간고사 시험 3일은 순식간에 지나갔다. 예상과는 달리 중간고사 시험 기간 동안 시간은 너무나도 빨리 지나갔다. 시험이 다 끝난 후 가채점을 하기 시작했다. 친구들과 답을 맞혀보고 교과서 및 문제집을 찾아보고 다양한 방법을 통해 가채점을 한 결과, 나는 기분이 좋았다. 결과적으로 일단 내가 반에서 1등을 차지하는 데는 크게 문제가 없어 보였다. 아직도 나는 시험 결과가 어렴풋이 기억이 난다. 국어, 영어, 기술가정 과목에서 100점을 받았고 다른 기타 과목들은 1~2문제 정도 틀린 것으로 기억한다. 다행히도 자신이 없었던 일본어 시험에서 92점을 받아 나름 준수한 성적을 냈다.
나는 결과를 기다렸다. 시험 결과도 생각보다 빨리 나왔다. 내가 가채점하여 예상했던 점수가 실제 점수와 일치했다. 평균 점수 96.5점, 반에서 1등은 확정이었다. 나 다음으로 점수가 높았던 학생이 평균 93점이었으니 꽤나 큰 차이로 반 1등을 차지했다. 일단 행복했다. 내가 세운 두 가지 목표 중 하나는 일단 달성했으니 말이다.
나는 전교 등수가 10등 안에는 들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있었다. 사실 전 과목에서 몇 개 틀리지도 않았고 명색이 반 1 등인에 전교 10등 안에는 들었겠지 하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내 기대감과는 달리 내 전교등수는 생각보다 낮았다. 전교 26등. 물론 두 번째 목표였던 30등 안에 들기는 했지만 뭔가 그렇게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그렇게 중간고사 기간, 시험, 결과 내기가 모두 끝났고 나는 내 목표를 달성했다. 생각보다 전교 등수가 낮아서 조금 실망하긴 했지만 어찌 됐는 내 개인적인 목표를 달성하여 기분이 좋았다. 무엇보다 반에서 1등을 하여 반 아이들에게 많은 축하를 받았다.
그렇게 나는 나의 네 번째 도전에서 '승리'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