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회장 선거
뉴질랜드 유학 생활을 마무리하고 한국에 귀국 후, 나는 초등학교 6학년, 또 하나의 꿈과 목표가 생겼다. 나는 항상 내가 리더이고 싶었고 어느 집단 내에서나 최고가 되고 싶었다. 초등학교 2학년부터 5학년까지 4년 동안 학급 반장을 한 번도 놓치지 않고 차지한 나는 6학년이 되던 해에 '전교 회장'이라는 큰 꿈을 가지게 되었다. 자신은 있었다. 학급 반장이라는 타이틀을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고 항상 어느 집단에서든 인기가 좋았던 편이었기에 전교 회장 포지션에도 당선될 자신이 있었다. 한 가지 걱정됐던 점은 5학년 2학기 6학년 1학기 이렇게 1년간 자리를 비워야 했기에 전교에서 나를 잘 모르는 학생들도 많을 거라고 생각됐다. 초등학교 내에서 인기도는 '발의 크기'로 결정되었다. 발이 넓고 친구들이 많을수록 전교 회장으로 당선될 가능성이 많은 것이다.
나의 경쟁자는 단 1명, 후보에 등록된 다른 한 명은 다른 반의 학생이었다. 그 친구는 학교 내뿐만 아니라 나의 고향인 '경주' 내에서도 발이 넓고 친구들이 많기로 유명한 친구였다. 물론 나와는 초면이었지만 그 친구도 나의 강점을 인정했다. 저학년 시절부터 학급 반장을 줄곧 맡아오고 항상 타의 모범의 되려고 노력하며 우수한 학급 성적으로 상도 많이 받았던 나의 경험을 잘 알고 있었다. 학업 성적이나 여러 가지 성과를 보았을 때는 내가 앞선다고 판단이 확실히 들었다. 하지만 나는 그 친구에게 '인맥' 방면에서는 확실히 뒤처지고 있었다.
그렇게 경쟁은 시작되었고 본격적인 선거 운동이 시작되었다. 선거 운동 기간은 2주 남짓, 나는 최선을 다했다. 피켓을 만들고 포스터를 예쁘게 만들고 무작정 학교 내를 돌아다녔다. 그냥 보여줬다. 나의 존재, 나의 강점을 무분별하게 나타냈다. 나는 똑똑하다, 나는 잘생겼다, 나는 능력 있다 등등.. 나는 그냥 내가 최고라고 생각하며 나 자신을 홍보했다. 선거 운동 대상은 투표권이 있는 교내 초등학교 4~6학년 학생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대부분 모르는 학생들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생판 모르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그렇게 열심히 나 자신을 홍보할 기회가 또 있을까 싶다. 나는 그렇게.. 미친 듯이 나를 좋은 사람, 훌륭한 사람으로 포장하고 과장하고 있었다.
선거 운동 기간이 끝나고 마침내 발표 날이 다가왔다. 발표는 화면을 통해서 전교생들이 보는 가운데 방송실에서 진행되었다. 나는 기호 2번, 2번째 발표자였다. 기호 1번 친구가 발표를 진행할 때 변수가 생겼다. 방송실 연결이 불안정하여 기호 1번 친구의 발언이 자주 끊긴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속으로 너무 잘됐다고 생각했다. 나는 나의 경쟁자를 이기고 내 목표를 성취하고자 하는 생각밖에 없었다. 분명히 느끼고 있었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내가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이 확고했다. 내 발표 차례가 온 후, 나는 자신 있게 발표를 시작했고 2~3분 정도 후 너무나도 완벽한 스피치를 구사한 나 자신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었다. 그 이후, 투표가 시작되었고 나는 조용히 개표 결과를 기대하며 학교 급식실로 들어왔다.
나의 기대감, 만족감, 그리고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정확한 기억은 안 나지만 나는 꽤나 큰 표 차이로 선거에서 떨어졌다. 꽤 선전했다는 주변 평이 있었지만 결국엔 졌다. 나는 실의에 빠졌다. 투표 전 나는 내가 모든 방면에서 나았고 이길 수 있을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나는 오로지 나 자신을 경쟁자와 '비교' 하는데 그쳤고 경기(선거)에서 승리하고자 하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갔지만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 학업 성취도, 경험, 선거 운동, 발표, 인맥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맥'이 한 분야를 제외하고는 모든 분야에서 내가 더 잘했다고 생각해서 나는 이 선거에서 승리할 줄 알았다. 하지만 결과는 패배. 결국에는 전교회장에 당선되기 위해서는 친구들을 많이 사귀고 발이 넓어야 했던가?.. 패배의 원인은 미궁 속으로 빠졌지만 나는 그냥 결과를 인정하기로 했다.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모든 방면에서 '1등'을 자부했고 인맥쯤이야 개나 줘버려 같은 마인드로 자신감이 넘쳤지만 선거에서 떨어졌다. 단 1명의 경쟁자를 넘지 못해 나는 패배하고 말았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직 나 자신이 발전할 부분이 많고 좀 더 시야를 넓혀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나의 세 번째 도전에서 '패배'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