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목서 꽃이 졌다. 천상의 향기라고 부르는 몇 가지 꽃 중에 가을에 절정이 되는 나무가 미련 없이 꽃들을 벗어던졌다. 나무 밑에는 금가루를 뿌린 듯이 온통 꽃으로 덮였다. 비까지 내려 낙화를 재촉했다. 다시 꽃과 향기의 황홀한 자태를 보려면 일 년을 기다려야 한다. 아쉬움이 남지만 잠시라도 기쁨을 안겨 주었던 금목서에게 감사하다. 나무 밑에 있던 돌과 화분, 포트들은 금빛으로 뒤덮였다. 이 순간만큼은 오래도록 박제하고 싶다. 향기로운 상록수 금목서의 기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