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수 모종 사러 온 사십 중반의 남자는 식물에 대해 이것저것 물었다. 식물 이름부터 꽃피는 시기며 키우는 방법까지. 정원에 필요한 식물을 천천히 보고 있다고 했다. 1톤 탑차를 타고 온 그에게 물었다.
"택배 일 하세요?"
"아니요"
"아참 선물 하나 드릴게요. "
남자는 식물을 자세히 가르쳐 준 보답이라도 하려는 듯이 탑차 뒷문을 열더니 작은 용기에 담긴 것을 주었다.
"이게 뭐예요?"
" 갈치젓입니다."
"아 유통하세요?"
" 네 "
"식품 유통을 하고 있어요."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나도 아내도 평소에 젓갈을 먹지 않는다.
"먹어 볼래요?"
아내의 물음에 맛보기로 했다. 식탁에 놓인 젓갈을 보니
잊고 있었던 회한의 감정이 돌아왔다.
"아야 아버지가 지난번 가져다준 거 있잖아, 그게 맛있다고 하시더라."
"너무 잘 먹었다고. 고맙다고 하셨어."
" 예 뭘요?"
나는 어머니께서 무엇을 말씀하시는지 언뜻 생각이 나지 않았다.
"저번에 가져다준 젓갈 말이다."
"게젓이요?"
" 응 그거, 느이 아버지가 얼마나 맛나게 드셨는지 모른다. "벌써 다 드셨어."
"예 다음에 시간 나면 또 해 드릴게요. "
아이들이 어릴 때였다. 동복리에 살면서 바닷가에 식구들이 갔다. 백사장은 없고 갯바위와 돌이 넓게 깔린 해안이다. 돌을 들추면 참게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양동이에 빠른 손으로 잡아넣었다. 반찬거리 하자고 잡은 거였다. 냄비 반쯤은 볶아서 먹었다. 처음 맛볼 때는 고소한 맛이 있었다. 조금 딱딱한 껍질에 젓가락이 자주 가지는 않았다. 키토산이 많아서 건강에 좋다 했으나 입맛에는 그리 선호할 만한 것은 아니었다. 남은 참게는 아내가 믹서기로 갈아서 양념을 곁들여 젓갈을 만들었다. 나는 젓갈을 먹지 않기도 해서 함덕에 사시던 부모님을 드렸다.
곤궁한 생활에 쫓겨 잊어버렸다. 시간을 내서 참게를 잡고 젓갈을 담는 게 조금 번거롭기는 했지만, 어려운 일도 아니었는데, 다시 해 드리지 못했다. 사기라도 해서 보내 드려야 했었다.
이제는 다시 기회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