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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인의 정원 Oct 27. 2024

향기가 사라졌다

후각장애

  코로나 한창 기승일 때 어머니는 하늘에 올라가셨다. 유품으로 어머니가 쓰시던 꽃무늬 챙모자를 가져왔다. 어머니의 냄새가 배어있었다. 옷장에 넣고 가끔 엄마 냄새를 맡았다. 어느 날 냄새가 사라졌다.


  냄새를 잃었다. 향기도 사라졌다. 비염이 있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병원에 갔다. 코로나 시기라 병원에서 검사부터 했다. 음성으로 나왔다. 코로나는 아니라 했다. 이비인후과 의사는 엑스레이 사진을 보며 설명했다.


 "여기 하얗게 보이는 부분이 부비동인데 원래 검게 나와야 합니다."

" 하얗 보이는 것이 염증인 거죠."


의사는 내게 축농증이 심하다고 했다. 5일 치 약을 세  먹었으나 효과가 없었다. 숨 쉬기도 힘들었고 잘 때는 더 힘들었다. 자다가 숨 막혀 죽을 것 같았다. 입을 벌리고 뒤척이다 잠들었다. 아침이면 목이 아프고 부었다.


  다시 찾은 이비인후과 병원의 의사는 약으로는 더 이상 방법이 없다고 했다. 제주대학병원에 가서 수술하라고 했다. 그 방법이 그나마 호전될 거라고 수술도 그리 어렵지 않다고 했다. 수술한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효과가 얼마 못 간다고, 하나마나라는 말이 생각났다.


  숨 쉬는 것도 힘든데 향기를 맡을 수 없다는 사실이 또 하나의 고통이었다. 정원사가 냄새를 맡지 못하다니...

악취도 향기도 느끼지 못한다. 코 끝을 꽃에 얹어도 아무런 향기가 안 난다. 모란꽃의 그윽한 향기와 오월의 넝쿨 장미향과 여정목의 향기와 유채꽃향기와 금목서와 은목서의 천상의 향기를 맡지 못한다. 후맹이 돼버렸다. 악취라도 좋으니 냄새를 맡을 수만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러다 영영 후각을 잃는 것이 아닌지 두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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