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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착기 두고 삽질하기

조릿대를 캐다

by 시인의 정원

흙을 팠다. 삽으로. 흙에 박히는 삽날에서 우두둑 소리가 난다. 조릿대 뿌리가 끊어지는 소리다. 조릿대는 낭창낭창한 줄기처럼 뿌리도 탄력이 있다. 이십여 년 전에 붓순나무를 이식할 때였다. 그들이 딸려 온 것은. 작은 무리들을 제거하지 않고 내버려 두었더니 땅 속으로 침투하여 세력을 넓혀갔다. 주로 화분을 놓았던 자리여서 듬성듬성 보이는 조릿대를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이제 더는 놔둘 수 없게 되었다. 호미로는 캐지지 않는다. 굴착기가 들어 올 길이 없다. 6w 굴착기를 두고 삽을 들었다. 손바닥만 한 땅을 파헤치는 것도 힘들다. 한 시간 정도 걸렸다. 굴착기 버킷으로 한 번 긁으면 되는 분량인데. 애초에 들이지 않았어야 했다. 이참에 너희들은 떠나 줘야겠다. 내 정원에서는.


캐낸 뿌리는 잘 씻어서 차로 끓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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