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주란
산골에 사는 사람은 문주란이 피는 계절을 모른다. 무심코 팔월의 해변을 걷다 문주란을 마주쳤다. 신부의 하얀 드레스와 부케를 떠올린다. 그날의 당신은 문주란처럼 아름다웠다. 항해를 시작하는 배는 설렘을 가득 실었다. 그 어떤 풍랑도 개의치 않을 기세였다.
바다를 떠날 수 없어서 모래 둔덕에 기댔다. 추위보다 억센 바람이 좋았다. 그늘보다 짠물이 좋았다. 이렇게 살아도 괜찮으냐 물으면 새벽 미명의 파란 구름이, 해 질 녘의 불빛이 함께하여 좋다고, 어쩔 수 없는 게 아니라 선택이라고 했다. 하나를 얻기 위해 여럿을 포기하면 그곳에 이를 수 있냐고, 후회 없는 삶이 있겠냐고 물었다. 대답을 바란 게 아니라 혼잣말을 하는지도 모른다. 곧 밤이 내릴 것이다. 애써 모른 척, 괜찮은 척, 티 내지 않으려 웃는다. 소금기 섞인 바람이 찡그린 눈가를 지난다. 멈추지 않는 파도가 어떤 힘을 빌어 포말을 일으키 듯이, 이내 사라지는 빛 등을 바라볼 것이다. 기약이 이를 때까지, 어쩌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