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캄한 바닷속에서
눈을 감고 세월을 보냈다
차마 눈을 뜨고는
영혼들의 일그러짐을
감내할 수 없었다
꿈처럼 몸에 신열이 일더니
강한 빛이 두드려 눈을 떴다
매일 칼잠으로 고통을 안으며
죄를 씻어 보려 했는데
눈은 떴어도 옆으로 뉘어졌다
누워있어 비스듬한 눈으로
보이던 일들이 진실이었을까
간직한 이 아픔은
바람 따라 떠도는
빗물 없는 구름인가
바로 서면 할 말 다 하고
회환을 풀어 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바로 선 지금 더 할 말을 잃었다
아픔은 눈을 더욱 멀게 했고
더 깜깜해져 바닷속과
다를 바 없다
고통으로 썩어가게
그냥 내버려 두지
볼 수 없는 눈
말할 수 없는 입
더러운 물에 휩쓸려 잃어버린 고막
썩어가는 몸
오직
살아있는 세월만이라도
저 바로 선 세월의 응어리를
삭여야 할 것을.
[바로 선 세월: 팽목,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