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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길 Jul 12. 2022

바로 선 세월(歲月)

캄캄한 바닷속에서 

눈을 감고 세월을 보냈다 

    

차마 눈을 뜨고는 

영혼들의 일그러짐을 

감내할 수 없었다    

 

꿈처럼 몸에 신열이 일더니

강한 빛이 두드려 눈을 떴다  

   

매일 칼잠으로 고통을 안으며

죄를 씻어 보려 했는데

눈은 떴어도 옆으로 뉘어졌다

     

누워있어 비스듬한 눈으로 

보이던 일들이 진실이었을까   

  

간직한 이 아픔은 

바람 따라 떠도는 

빗물 없는 구름인가   

  

바로 서면 할 말 다 하고 

회환을 풀어 줄 수 

있을 거라는 기대도

바로 선 지금 더 할 말을 잃었다 

    

아픔은 눈을 더욱 멀게 했고

더 깜깜해져 바닷속과

다를 바 없다

고통으로 썩어가게 

그냥 내버려 두지    

 

볼 수 없는 눈

말할 수 없는 입

더러운 물에 휩쓸려 잃어버린 고막

썩어가는 몸   


오직

살아있는 세월만이라도 

저 바로 선 세월의 응어리를 

삭여야 할 것을. 



  

                                                    [바로 선 세월: 팽목,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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