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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길 Aug 06. 2022

혜안(慧眼), 살아가면서 가져야 하는 것

(慧眼)

   

보통은 살아가면서 뒤돌아보고 생각할 시간을 잘 가지지 못한다. 어찌 큰일이 생겼을 경우에 ‘왜 그랬을까?’ 하며 후회를 하는 정도일 것이다. 이때에는 후회가 주는 압박감이 자신을 무너뜨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렇지만 이 어려움을 바탕으로 땅을 짚고 일어서는 사람들도 많음을 안다. 그래서 사람들은 산전수전을 다 겪고 이 자리에 있음을 자랑스러워하며, 이것이 우리의 현재 삶인 것 같다.  

   

인생의 항로를 지나 현재에 이르렀을 때, 또는 그 이전에라도 우리는 바르게 가고 있는지를 잠시 챙겨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최선을 다하고 살아가는데도 그 최선이 최악이 되는 경우도 많다.     


초한지(楚漢誌: 중국의 역사소설(견위 작)) 한신이라는 인물이 나오는데 이 자는 젊은 시절, “나를 찌를 용기가 없거든 내 가랑이 사이로 기어가라! " 는 말에 이 아이의 가랑이 사이를 기어 나왔다. 이는 한신이 한나라의 대원수가 되기까지 자신의 이미지로 굳어져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에 항상 벽이 되고 더 나아가지 못했다. 누구에게도 그렇듯이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는 꼭 필요한, 자신이 아니면 다른 사람이 대행하지 못하는 ”때“(時間)가 오게 된다. 이때를 스스로 알지 못하면, 판단하지 못하면 그 기회는 다른 사람에게 흘러가게 된다. 그러면, ”때“는 아무 때나 오는가를 보면 절대로 그렇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때가 오기까지는 스스로의 힘(勢)을 길러야 한다. 힘이라 하면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는 것이다. 장차 내가 하고 싶은 일,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일을 준비를 해야 하는 것이다. 소리 없이 자신을 계발(啓發)하고, 실력을 쌓고, 포부를 키우는 일들을 해야 한다. 한신은 젊은 시절에 자신의 지략과 통솔, 전술, 천문 등의 자신만의 병법(한신 병법)을 저술(勢)하여 간직하고 때를 찾아다녔으나, 자신의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시름에 빠져 지내게 된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가져야 할 것 중에 하나는 혜안(慧眼), 즉 심안(心眼)을 가지도록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혜안 그냥 타고나는 것은 아니며, 스스로의 마음가짐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자신을 다스리게 되면 다른 사람도 자신의 눈에 보이게 된다고 생각한다. 이 소설에는 초나라 초패왕 항우와 그의 군사(軍師)인 범증, 한나라 왕인 유비와 이를 돕는 장량, 승상 소하가 나오는데, 이들의 혜안은 자기 개발(開發)에서 나온 심안을 가지고 있다. 한신이 초나라 항우 밑에서 말단직인 집극랑(執戟郞)을 하고 있을 때, 범증은 항우에게 ”한신은 겉으로는 대수롭지 않은 인물로 보이오나, 실상인즉 원수(元帥)의 경륜을 품고 있는 비범한 인물로서 대장으로 승격 시켜주십시오“라고 하였고,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사사하여 후환을 없애라고 했다. 항우는 한신의 이미지만 생각하여 더 이상 손을 쓰지 않았다. 

    

장량은 유방에게 대원수 감을 찾아 보내겠다고 하며 귀국길에 한신을 보았다. 지혜를 짜서 한신에게 칼을 팔러 갔을 때, 한신은 허름한 장량을 보고 보통 사람이 아님을 알았다. 

아! 

”때“가 왔다고 직감하고 장량의 뜻에 따라 바로 새벽에 장량의 증표를 지니고 유방의 진영으로 향했다. 

[물들 때를 기다리다(순천), 2018]

유방 진영에 도착한 한신은 유방의 승상인 소하를 면담한다. 소하도 한신에게 굳어진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으나, 몇 마디 말을 주고받음에 한신의 이미지는 ”때“를 만나지 못한 것으로 판단한다. 즉각 유방에게 대원수로 천거하나, 유방은 한신의 이미지에 막혀, 그를 항우처럼 낮은 직위에 앉힌다. 소하는 틈나는 대로 유방에게 천거했지만, 유방이 사람은 넓으나 시야가 좁은 것을 한탄하며, 범증처럼 한신이 다른 곳으로 가버릴 것을 심히 걱정한다. 장량이 떠날 때 증표를 가지고 오는 사람을 대원수로 삼기로 했으나, 한신은 증표를 내놓지 않고 자신의 능력으로 대원수가 되기를 원했다. 


소하가 한신을 믿고, 그의 출중한 전법, 전술을 듣고 그의 한신에 대한 믿음은 더욱 공고 해졌고, 한신이 자신을 몰라주는 유방으로부터 도망을 갔는데, 소하가 끝까지 뒤지고 찾아 한신을 데리고 왔다. 한신도 자신을 이렇게 자신의 능력을 믿어 주는 소하에 대해 더 이상 의리를 손상시키는 것은 사람을 잃는 것이라 생각하여 장량의 증표를 내어 놓는다. 그 뒤 유방은 자신의 몽매함을 깨닫고 대원수에 임명하고 난 후 그의 말을 한 번도 ”NO“라고 한 적이 없다.  

   

삶의 항로에서 누구에게나 때(時間)는 온다. 때를 위하여 스스로의 힘(勢)을 키워야 한다. 도광양회(韜光養晦)란 말도 ‘빛을 감추고 어둠속에서 힘을 기른다’것으로 자신의 재능을 갈고 닦으며 인내하며 때를 기다린다는 뜻이다. 자신을 계발하고, 지혜(知慧)를 가져야 하며, 사람을 믿(信)을 수 있어야 한다.   

     

하바드 대학이 75년간 사람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https://youtu.be/vdO2MHqICgQ)는 사람과의 관계(relationship)가 사람을 행복하게 하고 오래 살게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람과의 관계는 믿음이 최고의 도(道)라는 것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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