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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아보다 Oct 30. 2019

완성형 보컬리스트의 증명

'태연' 정규 2집 "Purpose" 리뷰





태연’이 뛰어난 보컬리스트임을 재차 설명할 필요는 없다. 2007년 데뷔한 ‘소녀시대’의 리더이자 메인 보컬로 자리를 비우지 않은 채 꾸준히 활동해왔다. 소녀시대 활동도 알찼지만, 2008년 “쾌도 홍길동”의 삽입곡인 <만약에>의 주인공으로 알려진 이후 태연을 바라보는 많은 이들의 시선이 바뀐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고도 정식 솔로 데뷔까지 7년이나 걸린 것은 조금 놀라웠다. 다행인지 당연한 것인지 데뷔 음반은 활동곡인 <아이 I>를 비롯해 많은 곡들이 호평받았고, 태연은 <레인 Rain>과 <와이 Why> 등을 발표하며 솔로 보컬로 연착륙에 성공했다.


디지털 싱글 “사계” 이후 7개월만에 내놓은 정규 2집 “퍼포스 Purpose”의 ‘목적’은 아이돌 가수로서 자신에게 향하는 일말의 선입견과 의심을 모조리 지우려는 게 아니었을까. 태연은 솔로 활동을 통해 다양한 색깔을 곧잘 소화해왔고, 차근히 자신의 스펙트럼을 넓혀 왔다. 태연이 노래를 잘한다는 것은 폭넓게 받아들여지고 있지만, 태연이 어떤 종류의 보컬이며 지향점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단정하기 어려운 면이 있었다. 잘은 하지만 색깔은 모르겠다는 의견도 그래서 나온 것들이었다.


위의 질문에 대해서는 이미 전작들에서 답이 끝났다고 보는 의견도 많지만, 이번 음반이 그 답을 가장 확실하게 들고 나온 듯하다. 알앤비 · 팝발라드 · 재즈 · 블루스 등 장르적 스펙트럼을 넘나들고, 힘과 기술을 동시에 보유했으며, 그 안에서 뚜렷하게 형성된 자아를 갖고 노래하는 ‘완성형 보컬리스트’로서의 선언이다.


음반은 하나의 서사를 구성한다. 상실을 겪은 화자가 다시 내면의 꿈과 비전을 찾아 불태우고, 자아를 찾는다. 확실하게 정착된 자아 정체감 속에서 타자와의 사랑에 빠지고, 적극적으로 다가간다. 이별과 재회의 반복 속에서 평범한 현실이 아름다워지기도 하고, 그 현실이 다시 감정 없는 흑백으로 돌아가기도 한다. 결국 이렇게 겪는 삶과 인생의 궤적이, 계절처럼 순환하며 권태의 어제를 버리고 ‘또 다른 내일’을 꿈꾼다는 내용으로 마무리된다.


각 트랙은 뚜렷한 색채를 지닌다. <히얼 아이 엠 Here I Am>, <와인 Wine>, <그래비티 Gravity>, <블루 Blue> 정도로 꼽을 수 있는 발라드 계열 안에서도 각 곡의 구성과 방향이 전부 뚜렷이 구분된다. <러브 라이크 유 크레이지 Love You Like Crazy> · <하하하> · <베럴 베이브 Better Babe>에서는 강하고 직선적으로 표출하고, <두 유 러브 미 Do You Love Me?> · <와인> · <시티 러브 City Love>에서는 부드럽고 따뜻하게 스민다. <불티>의 열정과 <블루>의 침전이, <시티 러브>와 <그래비티 Gravity>의 감사와 <사계>의 냉담함이 공존한다. 각 곡의 개성을 살리되 지나치게 튀지 않고, 흐름과 서사를 유지하되 각 곡의 구분을 명확히 했다.


놀라운 것은 그 곡들에 태연이 휘둘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이돌 뿐만 아니라 전문 보컬리스트로서도 꽤 넓은 폭을 시도했으며, 놀랍게도 이들을 전부 무리 없이 소화하고 있다. ‘시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곡을 완전히 이해하고 이를 체화하여 부르기에 자신의 장점인 감정 표현이 잘 실려 있다. 음반 초반부의 시크한 이미지, 중후반부의 따뜻한 이미지를 모두 자신의 색으로 소화한다. ‘곡에 필요해서’ 지르는 고음은 ‘지르기 위해’ 고음을 질러대는 이들보다도 훨씬 능숙하고 탁월하며, 고음 뿐만 아니라 저음 또한 무기로 활용할 줄 안다. 화려하게 내지르고 어지르는 <러브 유 라이크 크레이지> 정도를 제외하면, 이 음반은 <썸띵 뉴>에서 시작된 절제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기도 하다. 음반이 진행될수록 태연이 스스로 재증명하는 장르 수용 폭과 기량은 놀라울 따름이다.


이번 음반은 발전한 태연의 기량을 증명함과 동시에, 앞으로의 음악 생활에 또 다른 청사진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굉장히 희망적이다. 이미 많은 것을 이루고 증명한 것처럼 보였지만, 태연은 음악적으로 끝없이 도전해왔다. 이것이 다른 수록곡에 비해 다소 평이하게 들리는 <불티>가 타이틀곡인 이유이며, 태연이 그동안 추구했던 바이기도 하다. 데뷔 10년이 넘었고 많은 곡절을 겪었음에도 태연은 그동안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끝없는 발전을 추구할 뿐이다. 그 발전은 음악에 대한 이해, 온전한 자기 표현, 보컬리스트로서의 정체성 형성, 그리고 끝없는 스펙트럼 확장에 있다.


태연의 행보는 후배 아이돌들, 가수를 준비하는 모든 이들, 나아가 청자의 감정을 제약하고 기술 자랑과 울음 유도에 치중하는 수많은 노래방형 가수들에게도 ‘보컬리스트’에 대한 귀감이 되고 있다.





태연



2015 10 07  미니 1집 "I" / <I (피처링. Verbal Jint)>

2016 02 03  디지털 싱글 <Rain>

2016 06 28  미니 2집 "Why" / <Why>

2016 11 01  디지털 싱글 <11:11>

2017 02 28  정규 1집 "My Voice" / <Fine>

2017 04 05  정규 1집 리패키지 "My Voice Delux Edition" / <Make Me Love You>

2017 12 12  겨울 스페셜 "This Christams - Winter is Coming" / <This Christmas>

2018 06 18  미니 3집 "Something New" / <Something New>

2019 03 24  디지털 싱글 "사계 (Four Seasons)" / <사계 (Four Seasons)>


2019 10 28  정규 2집 "Purpose" 

01  Here I Am

02  불티 (Spark)    *타이틀

03  Find Me

04  Love You Like Crazy

05  하하하 (LOL)

06  Better Babe

07  Wine

08  Do You Love Me?

09  City Love

10  Gravity

11  Blue

12  사계 (Four Seasons)


(굵은 글씨: 추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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