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가족, 그리고 어느 한 남자의 사는 법
동양미술사 연구자들 사이에 중국은 벽돌, 한국은 돌, 일본은 나무라는 말이 있습니다. 주요 구조부재로서 중국은 벽돌, 한국은 돌, 일본은 벽돌이나 돌, 나무 등을 사용했다는 것인데, 대체로 각각의 나라별 고전적 건축양식을 보면 이 말에 공감이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공공건축물이나 주택의 건축에서보다는 불교 조형물인 탑파의 조성이나 성곽의 건축 등에서 더 설득력이 있습니다.
중국의 경우 고래로 조성된 성곽이나 탑파, 분묘 등에서 대부분 벽돌을 구조부재로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왕궁 등 공공건축이나 주택건축의 경우를 보면, 기단 부분은 주로 벽돌이 사용되었지만, 건축물 자체의 구조부재는 목재가 대부분입니다. 한국의 경우 성곽 건축은 성벽 및 일부 부재를 벽돌로 사용한 수원성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석재를 이용한 석성 건축이며, 탑파의 경우에도 대부분은 석탑으로, 벽돌을 사용한 전탑의 예로는 신세동칠층전탑·동부동오층석탑, 안동군조탑동오층전탑, 칠곡송림사오층전탑, 여주신륵사다층전탑 등이 남아있을 뿐입니다. 전탑도 기단 부분은 모두 석재를 사용하였습니다. 왕궁 등 공공건축이나 주택건축의 경우에는 기단부는 석재를 사용하였고, 건축물의 구조부재는 중국의 경우와 같이 대부분 목재를 사용하였습니다. 이에 비해 일본의 경우에는 성곽은 석성으로 구축하였지만, 공공건축물이나 주택건축, 탑파의 조성은 나무를 주요구조부재로 사용한 것이 대부분입니다.
이처럼 구조부재의 선택에서 각각의 나라별로 나름의 특징을 보이는 것은 그것이 주변에서 가장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였다는 것입니다. 선택된 부재가 아무리 큰 장점이 있더라도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없는 값비싼 것이라면 쉽사리 선택해 건축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또, 그것은 구조부재로 사용하기에 어느 정도 적합한 물성을 지닌 것이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들 부재는 모두 나름의 장단점을 함께 가지고 있습니다. 선인들은 이런 재료들을 취득해서 장점을 잘 이용하고 단점을 보완해서 나름의 건축술을 발전시켜왔던 것입니다.
이 세상에 완벽한 구조부재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오늘날 생산기술의 발달로 인해 고전적인 의미의 석재나 목재, 벽돌 등은 물론이고 철근콘크리트구조 등과 같은 현대적 구조부재를 좀 더 폭넓게 선택을 할 수 있게 되었다고는 하지만, 이 또한 나름의 장단점을 모두 가지고 있습니다. 공공용 건축물이든 상업용 건축물이든, 또는 주택용 건축물이든, 그 건축의 성공 여부는 이런 구조부재의 장단점을 얼마나 잘 파악하고 적용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각각의 용도에 맞는 규모와 형태를 고려해야 함은 물론, 그에 적합한 구조부재를 선택해야 좋은 건축물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떤 용도의 건축물이든 구조의 안전성이나 내구성, 경제성 등은 공통적인 고려사항이 되겠지만, 주택건축의 경우에는 이에 더해 생활의 편리함, 쾌적함, 환경 친화성, 미관 등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이런 조건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집을 짓기 위해서는 각각의 구조부재가 가지고 있는 특성과 그에 맞는 공법, 시공상의 특징 등을 잘 파악하고 적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잘 아시다시피 건축물의 구조는 구조부재의 종류에 따라 벽돌구조, 시멘트블럭구조, 철근콘크리트구조, 철골구조, 철골철근콘크리트구조, 목구조, 스틸구조 등으로 나누고 있습니다. 이 외에도 여러 구조부재가 있을 수 있으나, 이 책에서는 전원주택 건축의 주요형태인 조적주택, 철근콘크리트주택, 중목구조주택, 경량목구조주택, 스틸하우스, 한옥 등을 중심으로 각각의 주택에 쓰이는 구조부재의 특성을 간단하게 살펴보겠습니다. 구조부재를 어떤 것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건축비용의 차이는 크게 나타납니다. 이는 곧 건축비용 대비 효용에 대한 건축주의 선택과 직결되는 문제인 만큼 세심하게 살펴볼 부분입니다.
어떤 형태의 주택이든, 주요 구조부재가 벽돌이니, 콘크리트니, 목조니, 하는 것이지, 실제의 건축공정에서는 모든 부재가 건축자재로 사용됩니다. 위 고전건축의 예에서도 보이듯이 건축주는 각 부재의 물성에 따른 장단점과 비용 및 조달의 용이성 등을 잘 헤아려 최선의 부재를 선택해야 합니다.
근래 유행하고 있는 프로방스풍이니, 일본식이니, 북유럽식이니, 하는 비교적 고가의 전원주택 건축이 있습니다. 이들은 물론 목구조주택에 해당하는 주택이나, 구조부재에 대한 선택의 문제라기보다는 집을 어떤 형태로 짓느냐에 하는 형식 선택의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건축의 스타일을 결정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필자의 ‘살기 좋은 집짓기’는 이런 형식이나 스타일, 유행 등에 매이면 목적을 이룰 수 없을 것이라 여겨지므로 이 부분은 예외로 하겠습니다.
∮ 조형성이 좋은 조적조
조적주택은 벽돌이나, 돌, 콘크리트블록 등을 이용하여 하중을 받는 내력벽과 비내력벽을 쌓아 조성하는 방식으로 오늘날 전원주택건축에서는 황토벽돌을 이용한 조적주택이 많은 편입니다. 황토벽돌을 이용한 조적주택의 건축은 설계와 시공이 수월하고 조형성이 뛰어납니다. 또한 단열성과 축열성이 커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해 주며, 환기와 정화력, 습도조절 기능이 뛰어나 쾌적한 환경을 유지해 주며, 소음을 막아주는 등 자연재료를 이용함으로써 얻는 장점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황토벽돌의 물성이 타 구조재에 비해 무른 편이므로 구조적 안정성이 낮은 편입니다. 따라서 많은 경우 목구조에 황토벽돌로 벽체를 구축하는데, 문제는 목재의 수축력과 황토벽돌의 수축력이 달라 목재 기둥과 황토벽 사이, 창호와 황토벽 사이 등에 틈이 발생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일부 업체에서 새로운 시공법을 개발해 놓고 있지만, 사후관리 측면에서도 타 구조재에 대비해 상당히 번거로운 부분이 있는 것은 주지하는 사실입니다. 또 습기에 취약하므로 이 부분 또한 별도의 고려가 필요하며 사후관리 측면에서도 또한 그렇습니다.
황토벽돌에 열처리를 강하게 하여 구조적 안정성과 수축력 문제 등을 보완한 제품도 있으나, 반대로 단열성과 축열성, 환기와 정화력, 습도조절 기능이 다소 떨어지는 단점이 있다고 합니다. 이 부분에 있어서는 황토벽돌의 종류나 품질이 다양하므로 그 선택 여하에 따라 주택의 견고성이나 통기성 등에도 큰 차이를 보이므로 세심한 선택이 필요합니다.
석재는 주로 치장용으로 쓰이며, 콘크리트벽돌이나 콘크리트블록은 철근콘크리트구조 건축에 부수한 비내력벽 시공에 주로 쓰입니다. 콘크리트벽돌이나 콘크리트블록의 물성은 내구성에 약간의 차이가 있을 뿐 철근콘크리트조와 별반 다르지 않으니 다음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 내구성이 뛰어난 철근콘크리트조
철근콘크리트주택은 우리에게 상당히 친숙한 공법입니다. 철근콘크리트구조는 구조물의 뼈대를 철근과 콘크리트로 구성한 것으로서 거푸집 속에 철근을 배근하고, 콘크리트를 부어 넣어 기둥과 벽체를 일체로 구성하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은 무엇보다 내구성과 내수성이 뛰어나고 큰 압축강도를 가지므로 외부의 충격 등에 강하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또한 다양한 형태의 외관 디자인이 가능하고 마감재료 또한 자유롭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일반화된 공법이므로 재료의 구입 및 시공이 쉬울 뿐만 아니라 목구조나 흙벽돌구조에 비한다면 유지관리에도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좋을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잘 알려져 있듯이 인체에 유해한 라돈이나 암모니아 등의 물질이 시멘트에 포함되어 친환경적이지 않으며, 무엇보다도 단열성과 습도조절 능력이 크게 떨어져 겨울철 결로현상이 발생하는 원인이 됩니다. 이는 곧바로 난방비의 부담으로 작용하며 건강한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가장 큰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습식구조로 시공되기 때문에 겨울철 공사가 어려운 점과 완공 후 하자보수가 어렵다는 것 또한 큰 단점입니다.
∮ 중후한 질감을 주는 중목구조
흔히 통나무주택이라 불리기도 하는 중목구조주택은 구조체를 기둥과 보로 형성하는 방식으로, 말 그대로 구조부재는 통나무를 사용합니다. 종래의 통나무주택이나 한옥 또한 이런 중목구조의 한 방식입니다. 중목구조 주택은 외형상 구조재가 그대로 노출되므로 나무의 질감이 그대로 느껴짐은 물론, 창문 등 개구부의 설치가 쉬워 채광성과 좋은 전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내구성 및 단열성, 통기성, 습도 조절력, 진동이나 외부충격에 대한 흡수력 등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사후 유지보수가 쉽고 친환경적입니다.
현대의 중목구조주택은 종래와는 달리 공장에서 제작된 규격화된 부재를 현장에서 조립하므로 대체로 현장에 설치하기 전에 가조립 과정을 거치는데, 이런 방식은 공정과정에서 구조체에 대한 사전검토와 보완을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게다가 구조체 제작과 기초공사를 병행할 수 있어 공기를 단축할 수 있음은 물론, 건식공법이므로 물을 사용하는 콘크리트구조의 주택과는 달리 사계절 시공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중목구조는 몇 가지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무엇보다 크게 다가오는 것은 건축비용의 문제입니다. 물론 건축비용의 문제가 건축물의 구조체나 선택되는 내․외장재의 종류에 따라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것이기는 하지만, 단순히 기능적인 측면에서만 본다면 일반적으로 뒤에서 설명하는 경량목구조와 비교해 2배 가까운 차이를 보입니다. 시공상의 문제로는 우선 수도관이나 전기배선, 기계설비 등의 노출을 막기 위해 이를 위한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야 하며, 단열재나 내․외장재의 설치를 위해서도 별도의 골조를 구성해야 하므로 추가적인 비용의 산정이 불가피한 면이 있습니다. 빗물이나 습기 등으로부터 목재의 부식을 막기 위해서는 3~5년꼴로 외부에 오일스테인 도포를 해야 하고, 이런 사후관리가 소홀해질 경우 해충에 의한 부재의 훼손이나 말벌 등 독충들의 집짓기가 있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사항입니다.
∮실용성이 뛰어난 경량목구조
경량목구조공법은 1930년대 이후 북미지역에서 주거용 건축공법으로 발달한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1980년대 후반에 들어 전원주택 건축을 중심으로 발전하였습니다. 이 공법은 기둥과 보로 구조체를 형성하는 종래의 중목구조공법과 달리 구조체를 경량각재로 구성해 수직하중은 일정한 간격으로 배열한 경량각재인 샛기둥(Stud)이 받고, 수평하중은 각각의 목재장선이 받는 구조공법입니다. 이런 구조체 결합방식은 수도관이나 전기배선은 물론 단열재 설치를 위한 공간이 쉽게 확보될 뿐만 아니라, 내․외장재의 설치를 위한 별도의 구조체 설치가 필요치 않습니다. 게다가 시공법이 표준화되어 있고 규격화된 부재를 사용하므로 시공이 간편하고 경제적입니다.
우리나라 전원주택 건축의 70% 이상이 목구조주택이라고 하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선호되는 공법입니다. 목구조공법이 선호되는 이유가 여러 가지 있겠지만, 우선 가장 크게 드러나는 점은 내구성과 단열성이 뛰어나며, 친환경적이라는 것입니다. 목구조주택은 견딜 햇수를 80년에서 150년으로 보고 있습니다. 콘크리트주택의 견딜 햇수가 30년 정도인 것을 고려하면 상당한 장점이 아닐 수 없습니다. 단열성과 관련해서도 목재의 단열성은 콘크리트의 4배, 벽돌의 6배, 석재의 15배에 이르므로 여타의 재료는 비교의 대상이 되지 못합니다. 무엇보다 큰 매력은 친환경적인 구조재라는 점입니다. 쾌적한 환경이 요구되는 전원주택 건축에 있어서는 특히 큰 강점으로 작용하는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에 더해 뛰어난 통기성과 습도 조절력, 진동이나 외부충격에 대한 우수한 흡수력, 사후 유지보수 및 증개축, 구조변경의 용이성, 건식공법 등은 큰 장점입니다.
그러나 이런 여러 가지 장점에도 불구하고 중목구조이든 경량목구조이든 취약한 내화성능은 큰 단점입니다. 특히, 산불 위험이 있는 산림 인접 지역에 집을 짓거나 아궁이 부엌이나 화목보일러를 이용한 난방을 계획하는 경우라면, 비화나 과열로 인한 주택소실의 위험이 있으니 좀 더 깊이 생각해보고 결정해야 할 문제입니다.
∮ 안정성이 월등한 스틸하우스
스틸하우스공법은 앞서 살펴본 북미의 경량목구조공법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따라서 내․외부 구조용판재나 단열재, 외장재, 창호재, 지붕재 등을 모두 경량목구조공법과 같은 재료로 사용하며, 단열재의 충진이나 환기장치의 설치방식 또한 같습니다. 다만 구조체의 재료가 목재가 아닌 아연도금강판를 ‘ㄷ자’형으로 가공한 구조부재, 즉, 경량목구조의 샛기둥에 해당하는 수직부재인 스터드(Stud), 스터드를 잡아주는 부재인 트랙, 장선에 해당하는 조이스트를 사용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또 각 부재를 결합하는 것은 못이 아닌 나사로 합니다. 이런 이유로 외형만 보아서는 경량목구조주택과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스틸하우스공법은 당초 북미지역의 목재가격 상승과 벌채에 따른 환경파괴에 대한 문제 인식, 자원의 재활용이라는 차원에서 경량목구조공법의 대체 방안으로 발전된 바 큽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이런 부분에 크게 영향을 받지는 않는 듯합니다. 건축비용측면에서 보면 경량목구조공법보다는 다소 비싼 가격이 형성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스틸하우스공법의 주요 장점은 안정성이 타 구조에 비교해 월등히 뛰어나며, 뒤틀림이나 변형이 없다는 것입니다. 일본의 경우에는 지진이나 태풍 등에 강한 내진․내풍성 있는 주택의 건축을 위해 이 공법이 도입되어 발전되었습니다. 단열성능은 일반 콘크리트주택과 비교해 2.3배 정도로 우수하다고 합니다. 내구성 또한 커서 견딜 햇수가 80년에서 160년으로 보고 있으며, 목구조주택의 경우처럼 해충 등으로 인한 피해의 우려가 없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해충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부분이지만, 미국에서는 흰개미로 인한 목조주택의 피해를 막기 위해 스틸하우스공법을 도입한 측면이 있습니다. 건식공법이므로 공기를 단축할 수 있고 부재의 특성으로 인해 실면적이 증가하게 되는 점, 철강제의 우수한 강도, 부재의 공장생산에 따른 부재 수급의 수월성 등도 장점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스틸하우스 또한 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요 단점으로는 "스틸"이라는 차가운 이미지의 선입견은 뒤로하고라도 스틸자재가 가지고 있는 재료의 특성상 열전도율이 높아 쉽게 열을 뺏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로 인해 결로 발생의 우려가 목조주택보다는 높은 편입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스틸하우스공법은 외단열 공사가 기본 공사에 포함되어있습니다. 그러나 단열성 부분에서는 목조주택보다는 다소 떨어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