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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머리오리 Jan 31. 2021

£ 3-3. 창호, 빛을 끌어들여 마음을 쉬게 합니다

집, 가족, 그리고 어느 한 남자

창호는 전원주택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입니다. 창호를 적절히 설치하면 보다 시원스러운 실내 환경과 조망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또 현관문 외에 뒷마당이나 창고 등으로 통하는 별도의 출입문을 설치하면 적절한 동선이 확보될 뿐만 아니라 유사시 피난 동선이 확보됩니다. 그러나 외벽 대비 창호의 비중이 너무 크면 낮은 단열성으로 인해 겨울철 난방은 물론 냉방효율까지 떨어지게 됩니다. 아무리 단열성능이 좋은 창호를 사용한다고 해도 외벽의 단열성에 비할 바는 아닙니다. 따라서 난방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창호의 설치면적을 최소화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 것입니다. 그러나 전원주택을 설계하면서 시원한 조망과 밝은 실내채광을 포기하기란 그리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다소의 추가적인 비용이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넓은 전망이 필요한 거실이나 주방의 창호 전면부에 창호로 구획된 별도공간을 마련할 것을 권합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공간은 언제든 구조변경이 가능한 것이고, 난방장치가 필요치 않습니다. 그리 넓은 공간이 필요한 부분이 아니므로 정식으로 건축면적에 포함할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설계단계에서 이런 사항을 염두에 두고 처마의 깊이나 모양 등을 구상하고, 완공검사 이후에 별도로 창호를 설치하는 것이 건축비용이나 세금산정 등에서 유리할 것입니다.


우수한 단열성 확보를 위해서는 단열성이 좋은 창호를 선택해야 함은 물론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비용입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비용이 좀 더 들더라도 단열성이 우수한 시스템창호를 선택하길 권합니다. 일반창호의 경우 이중으로 창문을 설치하기는 하지만 창문틀과 창문 사이에 틈이 있어 기밀성이 낮으며, 이중유리구조라고는 하지만 자체의 단열성 또한 떨어집니다. 반면, 시스템창호는 단창이지만 이중유리구조로서 단열성이 높으며, 창문들과 창문 사이의 기밀성 또한 뛰어납니다.


지난 2012년 7월 시행된 창호 에너지효율 등급제에 따라 국내산 제품뿐만 아니라 수입 제품에도 에너지소비효율 등급을 표시하고 있지만, 제조사별로 빛 투과율이나 결로방지지수 등의 성능표시도 하고 있으니 이런 점들을 면밀하게 살펴보아야 합니다. 특히, 북측면에 설치되는 창호는 결로가 발생할 우려가 있으므로 결로방지 지수가 높은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창호설치를 계획할 때는 보다 좋은 조망과 채광을 확보하기 위해 창호의 형태를 다양하게 구성하고자 하는 욕심을 부리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런 창호의 설치는 좀 더 나은 외관을 갖출 수는 있겠지만, 기성품 규격을 벗어난 창호를 선택하면 상당한 수준의 추가적인 비용이 소요되므로 자제하는 것이 좋습니다.


현관문을 비롯한 출입문의 단열성능 또한 중요한 부분입니다. 출입문의 경우 외형적으로 상당한 중량감이 느껴져 단열성능이 좋을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에 이를 소홀히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거실의 난방효율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아무리 외형이 육중한 문이라도 단열 조치가 되어있지 않은 문이라면 추운 겨울날 냉기를 막을 수 없습니다. 외형이 멋진 현관문을 찾기보다는 기밀성이 뛰어난 시스템도어를 선택해야 합니다. 또, 현관뿐만 아니라 여타의 외부로 통하는 출입문 인근에도 중문을 설치해 문을 여닫을 때 외기가 직접 거실로 들어오지 않도록 조치하는 것이 좋습니다. 거실의 단열효과를 높일 뿐만 아니라 좀 더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습니다. 


창호, 그것은 채광이나 환기라는 기능적인 측면 외에도 트인 조망의 확보라는 좀 더 다른 차원의 효용이 있습니다. 따라서 창호를 어디에, 어떤 형태로 배치하느냐 하는 것은 창호의 종류를 선택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부분입니다. 그러나 그만큼 만만치 않은 문제이기도 합니다. 각 방의 위치와 용도에 따라 창호의 위치와 형태를 달리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앞의 건축물의 방향 설정과 배치 부분에서도 살펴보았듯이, 건축물의 방향과 함께 각 거실의 창호 또한 남향으로 배치되도록 평면을 구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거실의 창호는 다른 방들에 비해 창호의 면적비가 클 수밖에 없으므로 채광이 좋은 남향을 취하면 겨울철 난방효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부연해둘 부분이 있습니다. 정면을 중요시하는 전통적인 사고에 따라 건축물의 방향을 도로로 향하게 하듯이 현관 또한 건축물 정면부에 설치하는 경우가 많은데, 만약 건축물의 방향이 남향일 경우 현관 설치로 인해 정작 조망과 채광이 필요한 방을 다른 방향으로 돌려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필자는 현관문이 꼭 정면을 향해야 한다는 관념은 상당히 고루한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다중이 이용하는 공공건축물의 경우에는 이용객의 편의나 시각적인 면을 고려해 현관문을 정면에 위치시켜야겠지만, 주택의 경우에는 현관이나 출입 동선이 타인에게 너무 드러나게 되면 사생활 보호의 문제는 물론 안정감을 해칠 수 있습니다.


각각의 거실에도 우선순위를 정해서 주된 주거공간인 거실이나 안방, 자녀의 공부방 등을 남향으로 배치해 양호한 채광을 확보해야 합니다. 물론 건축주의 취향에 따라 서재나 주방 등을 공부방이나 안방에 우선하여 배치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거실 창호

창호설치에 있어 가장 우선으로 고려되어야 할 부분은 물론 거실입니다. 거실이야말로 가족 구성원들이 가장 오래 머무르는 주된 생활공간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거실은 위치나 규모, 구조는 물론 조망, 채광, 가구재의 선택 등 여러 부분에서 세밀한 검토를 해야 합니다. 건축주의 취향에 따라 그 양태는 좀 더 다양하게 나타나겠지만, 필자는 거실 창호의 설치와 관련해 중요하게 생각되는 점을 들라면 다음 네 가지 정도를 말하고 싶습니다.


첫째는, 이 공간이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가려져야 하는 가족만의 공간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손님을 접대하는 공간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런 공간적 문제는 비단 거실의 구조나 배치의 측면에서만 검토되는 것은 아니며, 마당이나 정원, 담장, 조경수의 식재 등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사전에 이런 사항들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검토하여야 합니다.


내적 측면에서 가장 중심에 둘 점은 거실 내부에서의 조망이 마당이나 정원을 넘어서 바로 외부로 이어지는 과도하게 트인 구조여서는 안 되며, 반대로 마당 안에만 갇혀버리는 구조여서도 안 된다는 것입니다. 거실에 앉은 사람이 넓고 아늑한 공간적 안정감을 느낌과 동시에 탁 트인 조망 또한 감상할 수 있어야 합니다. 만약 거실에 앉은 사람의 시선이 마당과 정원을 지나쳐 바로 담장을 넘어선다면 그는 거실이 넓고 아늑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없을 것이며, 반대로 그의 시선이 마당이나 정원과 단절되어 거실 안에 머물거나 담장을 넘어서지 못하다면 집안에 갇혀버렸다는 느낌을 받게 될 것입니다.


외적 측면에서 중요한 문제는 거실이 외부로부터 은폐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비단 거실뿐만 아니라 건축물의 어느 부분이라도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아파트와는 달리 단독주택은 각각의 거실에 설치된 창문이 외부에 직접 면하게 되므로 자칫 이를 소홀히 할 경우, 사생활이 적나라하게 노출되는 것은 물론이고 방범의 측면에서도 매우 취약한 구조가 될 수 있습니다. 이런 시각적인 부분에서의 문제는 앞서 부지의 조성과 관련해 살펴본 바 있으므로 자세한 사항은 이를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두 번째는, 양호한 채광의 확보입니다. 이런 이유로 많은 건축주가 거실 전면부 전체를, 혹은 보다 넓은 조망을 위해 측면부까지 창호를 구성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보았듯이, 너무 넓은 부분을 창호로 설치하면 거실의 단열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건축비용 상승요인이 됩니다. 창호를 적절히 배치해 채광의 효과를 최대화하되, 단열성을 고려해 창호의 면적을 조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는 말이지만, 햇볕이 인간에게 줄 수 있는 행복감은 예상외로 큽니다.


세 번째는, 외부로의 이동에 따른 편리성입니다. 대체로 거실 전면부에는 데크를 설치하게 되는데, 이 부분은 특히 공간적으로 거실의 연장이 되도록 동선을 확보해야 합니다. 이 공간은 야외 테이블을 놓아두고 그곳에 앉아 책을 읽거나 차를 마시며 마당에 핀 꽃을 감상하기도 하는 쉼터이기도 하고, 많은 손님을 치를 때는 훌륭한 야외 회합 장소가 되기도 합니다. 또 거실에 벽난로를 설치한 경우라면, 장작을 쌓아 두거나 손쉽게 날라 올 수 있는 이동통로가 되어야 불편함이 없습니다. 따라서 이 공간은 거실에서 이동에 불편함이 없도록 창호설치를 해야 합니다.    


【그림 3-3-1】거실 창호 - 넓고 아늑한 공간적 안정감, 탁 트인 조망이 필요합니다.


네 번째는, 거실의 원활한 환기입니다. 깨끗하고 상쾌한 실내공기를 확보하는 것은 어느 공간이든 같지만, 특히 거실은 조리나 식사가 이루어지는 주방과 공간을 공유하거나 인접해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환기가 불량하면 안온하고 맑은 분위기를 느낄 수 없습니다. 주방에 부착된 후드로는 이 문제가 온전히 해결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거실에 쌓이는 탁한 공기를 배출하고 신선한 공기를 끌어들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필자는 따뜻한 공기가 상층부로 올라간다는 점에 착안해 거실에 쌓이는 탁한 공기가 2층으로 오르는 계단참에 설치된 창을 통해 빠져나가도록 유도했습니다. 실제로 고기를 굽는 등 냄새가 심한 경우 2층의 창호를 모두 열어두곤 하는데 상당한 효과가 있습니다.

   

【그림 3-3-2】 계단참 창호 – 원활한 거실 환기에 도움이 됩니다.

 


 서재 창호

다락방 형태로 설치된 서재의 구조적인 문제로 인해 남향으로는 유효한 창을 낼 수 없어 높직한 위치에 채광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창만을 설치하고, 조망을 위한 창은 동쪽에 설치했습니다.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이지만, 동쪽에 창을 내게 됨으로써 의외의 좋은 효과를 얻었습니다. 또 다른 분위기를 내는 멋진 풍광은 물론, 이른 새벽 맞는 일출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자랑거리가 되었습니다. 떠오르는 해를 보며 하루를 계획하고, 마음을 다지며, 책을 읽습니다. 물론, 이렇게 동향으로 창을 낼 수 있는 것은 거실이 아닌 서재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여타의 거실은 반드시 남쪽으로 창을 내야 합니다.

 

서재를 처음 계획할 때 가장 염두에 둔 것은 시원한 조망을 확보하는 것이었습니다. 지친 눈의 피로를 풀고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서는 마당이나 담장 너머의 가까운 조망이 아니라 멀리, 그리고 넓게 펼쳐지는 시원한 풍광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공정이 진행되어 2층에 기초구조물이 설치되었을 때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그곳에 의자를 놓고 앉아보았습니다. 이런 방향으로, 이렇게 앉는다면, 또 이만한 위치에 창호를 설치한다면 어떤 조망을 얻을 수 있을까, 어떤 느낌이 들까, 하는 것을 확인해보기 위해서였습니다. 처음 터파기공사를 위해 땅 위에 횟가루로 계획선을 그려 놓았을 때, 또 1층 구조체가 설치되었을 때도 그랬었습니다. 각각의 거실 위치에 의자를 놓고 방향을 돌려가며 앉아보았습니다. 설계도만으로는 이런 부분을 확인할 수 없습니다. 현장에서 직접 체험해 보아야 알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림 3-3-3】서재 창호를 통해 보이는 동쪽 겨울 풍광3

 주방 창호

창호설치 과정에서 자칫 소홀하기 쉬운 것이 주방에서의 조망입니다. 대체로 거실에서의 조망은 상당히 신경을 쓰는 편이지만, 주방의 경우에는 고려의 대상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현대인들이 아파트 생활에 익숙해져 있어 이런 문제를 잘 인식하지 못하거나, 공간의 효율적인 활용에 더 큰 비중을 두는 것에 원인이 있는듯합니다.


아파트는 단독주택과는 달리 공간의 효율성을 극단적으로 추구하는 건축 형태입니다. 한정된 공간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하고자 합니다. 그 어떤 공간을 구획하더라도 구조상의 효율적인 공간 활용과 생활의 편익이 우선입니다. 아파트는 4면 중 2면은 창호를 설치할 수 없는 구조이므로 단독주택과 같이 각각의 거실별로 원만한 조망과 채광을 확보할 수 있는 창호를 설치한다는 것이 어렵기도 할 것입니다. 따라서 비교적 활용이 적다고 여겨지는 주방의 창호는 작게 하고, 대신 그 공간에 수납장 등을 설치해 공간 활용도를 높입니다. 그러나 이런 구조는 공간의 활용도나 편익에는 큰 이점이 될 수 있지만, 많은 시간을 주방에서 보내야 하는 주부에게는 큰 문제가 됩니다. 이로 인해 종종 주부들은 거실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가족들로부터 소외되어 혼자 일한다는 기분이 든다고 합니다. 벽을 마주 대하고 있는 막막함과 갇혀 있다는 느낌은 그런 기분을 더욱 부추길 것입니다. 심한 경우 우울증을 호소하는 주부도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보완하고자 일부 고급아파트에서는 싱크대의 방향을 거실 쪽으로 향하도록 주방을 설계하기도 하지만, 큰 규모의 아파트를 제외하면 일반적인 것은 아닌듯합니다.


단독주택을 설계하면서 아파트건축에서처럼 공간 활용의 효율성에만 관심을 둔다면 ‘살기 좋은 집’은 짓기 어렵습니다. 이런저런 시도들이 있을 수 있겠지만, 필자는 주방에서 주부가 느끼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넓고 탁 트인 조망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싱크대 전면이나 측면에 넓은 창호를 설치해야 하는데, 이를 설치할 수 있는 벽면 공간의 확보가 관건이 됩니다.


아파트 생활에 익숙한 현대인들은 단독주택을 지으면서도 별생각 없이 싱크대 앞을 막아서는 수납장을 설치하곤 하는데, 이렇게 되면 주방에 넓은 창호를 설치할 수 없습니다. 싱크대 위에 설치하는 수납장을 과감히 포기하길 권합니다. 싱크대 측면이나 아랫부분의 공간을 잘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나머지 부족한 수납공간은 냉장고나 쌀독 등 주방기기들을 배치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유휴 공간을 활용해 수납공간을 마련하면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그림 3-3-4 】싱크대 상부 수납장을 주방 뒷벽으로 보내고 넓은 창호를 확보했습니다.


냉장고 등 대형 주방기기들은 각각 규격이 상이하므로 이를 주방에 배치하면 주방 내부가 복잡하고 꽉 막힌 느낌이 듭니다. 냉장고나 냉동고는 물론, 쌀독, 심지어 세탁기를 주방에 둘 경우도 있는데, 이런 대형 전자기기들의 배치는 주방 분위기를 심하게 해치게 됩니다. 주방에 식탁을 놓은 경우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별도의 공간을 마련해 배치하는 것이 좋습니다. 수납장을 짜임새 있게 구성하고 대형 주방기기나 도구들, 자주 쓰이지 않는 그릇, 쌀독 등을 보관하면 원만한 수납공간이 확보될 뿐만 아니라, 편리하고 산뜻한 주방 분위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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