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가족, 그리고 어느 한 남자의 사는 법
주택을 단층으로 할 것인가, 2층 또는 3층의 구조로 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건축물의 형태를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사항입니다. 건축물을 다층으로 건축할 경우, 부지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높은 조망이 확보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반면, 건축물이 주변 경관에 견주어 높게 보일 수밖에 없어 주변과 조화로운 외관을 갖추기 어렵고, 상황에 따라서는 건축물의 안정감마저 해칠 수 있으며, 원만한 동선 구성이 어렵다는 점은 고려해 볼 문제입니다.
카페나 펜션과 같은 상업 용도의 건축물에서는 층고를 높게 함으로써 넓은 조망을 얻을 수 있는 이점이 클 수도 있겠지만, 주거용 건축물에서는 그리 권할 만한 것이 못 된다는 생각입니다. 단독주택은 한정된 공간의 효율적인 활용에 치중한 아파트의 경우와는 다른 시각에서 공간을 계획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단독주택의 평면구성은 ‘집중’이 아니라 ‘펼침’이어야 합니다. 만약 부지의 규모나 건축주의 취향 등 여러 요인이 고려되어 다층구조로 집을 짓기로 마음을 굳혔다 하더라도 공간계획의 측면에서 다음 몇 가지는 고려해야 할 부분입니다.
첫째는, 2층으로 오르는 계단 및 출입구를 건축물 외부에 설치하는 경우입니다. 이는 곧 2층을 1층과는 별개의 공간으로 구획한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세대를 달리하는 가족이 따로 거주하는 경우가 아닌 한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문제입니다. 동선이 길어져 상당한 불편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둘째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을 1층 거실 또는 별도의 구획된 공간을 마련하여 설치하는 경우입니다. 외부계단을 설치하는 경우보다는 훨씬 수월한 동선이 확보될 수 있으나, 계단을 설치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공간이 요구되므로 사전에 계단 하부공간이나 기타 유휴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공간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청소기, 위생용품 등을 보관할 수 있는 수납공간 마련, 도서 진열대 설치 등이 일례가 될 수 있겠습니다.
셋째는, 1층 거실과 공간을 공유하는 복층구조로 2층 또는 3층을 구성하는 경우인데, 위 둘째의 경우와 같이 동선의 확보가 수월하고, 거실의 천장이 높아지는 효과로 시원스러운 실내공간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다만, 1층의 소음이나 냄새가 2층으로 직접 전달될 수 있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넷째는, 다락 형태로 2층을 조성해 사다리를 놓아두거나 접이식 계단을 설치하는 경우입니다. 공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한다는 이점이 있을 수 있겠지만, 이동이 불편해 사용치 않는 공간이 되기 쉽고, 특히 안정성 크게 떨어지므로 권장할 만한 것이 못 됩니다. 어린이나 노약자 등에게는 상당히 위험한 구조입니다. 단순히 수납공간으로 활용하는 공간이라 하더라도 안정적인 계단을 설치하는 것이 좋습니다.
내부계단 등으로 통하는 2층을 설치할 경우, 위와 같은 공간 계획상의 문제 외에도 여름철 더위나 겨울철 난방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공기의 대류현상으로 2층은 언제나 1층보다 온도가 높습니다. 겨울철에는 2층이 따뜻하게 되므로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여름철 2층의 온도상승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계단실이나 복도 등에 별도의 환기창을 설치함은 물론, 2층 거실의 환기에도 신경을 써야 합니다. 이동에 불편함이 있어 권할 바는 아니나, 불가피하다면 2층으로 올라가는 부분에 덧문을 설치하는 것을 고려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거실의 상부공간이 2층 일부까지 겹치는 복층구조의 경우에는 좀 더 큰 문제입니다. 복층 설치로 1층 거실의 천장이 과도하게 높아지면 공기의 대류현상이 더욱 크게 나타납니다. 겨울철에는 1층 거실의 온기가 상부 즉, 2층 부분에 집적되어 1층 거실은 난방 효과가 떨어지는 반면, 2층은 과도한 난방 효과가 나타납니다. 여름철에는 반대로 1층 거실은 시원하지만 2층에는 열기가 고스란히 고여 견디기 어렵게 됩니다. 만약 음식물 조리 등으로 인한 냄새가 거실에 퍼질 수 있는 구조라면 더욱 문제일 것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1층 거실 천장의 높이를 낮추고, 별도의 환기창을 설치하는 것을 고려해야 합니다.
한편, 2층 반자의 형태를 지붕선에 따라 아치형의 곡면으로 시공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는데, 천장이 곡면으로 처리되므로 시원한 시각적인 효과를 얻을 수는 있겠지만 자칫 단열시공을 소홀히 할 경우, 겨울철 추위와 여름철 찌는 더위를 피할 수 없습니다. 단열시공은 외부로부터의 열기나 냉기를 차단해 내부의 온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데 목적이 있습니다. 따라서 우수한 단열재를 사용해야 함은 물론이고 구조적인 결함 또한 없어야 합니다. 내부의 반자를 아치형으로 구성한다는 것은 천장과 지붕과의 공간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정상적인 경우라면 이 공간에는 공기층이 형성되어 지붕 단열재와 반자 단열재 사이의 열을 차단함은 물론, 지붕에 설치된 환기구를 통해 축적된 열기를 배출하는 역할도 합니다. 이런 중요한 기능을 하는 완충공간을 제거하면 단열에 크게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특히, 2층은 1층과는 달리 여름철 지붕을 통해 전달되는 열기가 클 뿐 아니라 노출된 벽체 면적 또한 크므로 특별히 주의해서 충분한 단열 조치를 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단독주택은 동선의 구성이나 이동의 편리, 냉난방 관리의 효율을 위해서라도 단층으로 구성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입니다. 여기에 더해 한 가지 덧붙일 말씀이 있습니다. 부지 공간의 효율적 이용을 위한다는 이유로 1층을 주차공간이나 창고 등으로 활용하도록 하고, 주 생활공간을 2층으로 구성하는 집에 대한 말씀입니다. 한때는 트랙터 등 농기계의 보관을 위해 농가주택이 이런 형태로 많이 지어졌는데, 근래에는 주차공간 확보를 위해 이런 형태의 집을 많이 짓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형태의 집은 다음과 같은 사항이 단점이 있습니다.
첫째는, 전원주택으로서 미관이 그리 아름답지 못하고 안정감을 주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자칫 지저분해지기 쉬운 썰렁한 하부공간, 덩그러니 올려져 있는 거실, 높은 계단 등이 그것입니다.
둘째는, 낮은 난방효율입니다. 우리나라의 주택 난방은 온돌방식이므로 거실 바닥이 지면에 닿아 있지 않고 덩그러니 떠 있으면 그만큼 열 손실이 클 수밖에 없습니다.
셋째는, 지진 등으로 인한 붕괴의 위험입니다. 이런 형태의 주택은 종종 콘크리트 기둥 몇 개로 지탱되는 구조가 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도 지역에 따라서는 지진의 빈도나 강도가 큰 곳이 있는 만큼 염두에 두어야 할 사항입니다.
넷째는, 이동의 불편함입니다. 이상한 소리로 들릴 수 있을 것이나, 필자는 이것이 가장 큰 단점이라 생각합니다. 필연적으로 이런 구조의 주택은 높은 계단을 놓을 수밖에 없는데, 이것이 이동에 큰 불편함은 물론 낙상 등의 위험까지 있다는 것입니다. 아직 젊은 나이에는 그럭저럭 지낼 수 있지만, 노년에 이르면 이것만큼 심각한 문제도 없습니다. 이런 주택을 지은 주변 농가의 어른들에게서 흔히 보는 사례입니다. 여간한 결심 없이는 외출할 엄두를 못 낸다는 하소연을 듣습니다. 전원주택을 짓는 것이 잠시 살다가 떠나고자 함은 아니지 않은지요. 오래도록 보금자리로 삼아 노년의 삶 또한 그곳에서 지내고자 함이니, 염두에 두어야 할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