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을 말없이 걷고 있었다.
각자의 속도로, 조금은 떨어진 채.
서로의 시선이 다른 곳을 향하고 있는 순간에도
돌아보면 네가 있다는 걸 알고 있고
여기쯤 내가 있다는 걸 너도 느낄 수 있기에,
이 거칠고 낯선 지구도,
거세게 날 밀쳐대는 차가운 바람도 두렵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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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득히 들려오던 소리는 어느새 쿵쾅대며 손에 잡힐 듯 느껴지고,
이끼로 뒤덮인 울퉁불퉁한 돌길을 지나 굽이진 절벽을 오르니 대지의 끝에서 발견한 것만 같은 거대한 풍경이 펼쳐진다.
서로는 길게 새어 나오는 외마디 감탄 외에 아무 말이 없다.
같은 곳에 멈춘 시선이 주제가 되고,
서로 마주친 눈빛으로 이야기를 나눈다.
그렇게 우리는 침묵의 대화로 감동을 나눈다.
그 순간 가장 완벽한 상태로.
- Goðafoss Waterfall, Icela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