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골목 옛 정취의 거리 위에 마침 만개한 벚꽃이
도시 전체를 장식한 느낌이 든다.
긴 겨울이 지나길 기다렸던 사람들은 종일 비 오는 거리 위에서도, 잠시 스쳐 지나듯 활짝 피었다 곧 사라질 벚꽃나무들 사이로 더욱 환하게 웃으며 선물처럼 찾아온 봄의 교토를 즐기고 있었다.
기다릴 수 있었다.
긴 겨울이 지나면 다시 찾아올 걸 분명히 알고 있었으니까.
돌고 돌아 이곳에 다시 서게 된 건 4년 만이었다.
거리를 수놓은 벚꽃들은 어김없이 제계절에 다시 찾아와 주었지만, 나의 추억은 과거에 머무른 채 분명하고 완전한 결말을 맺었다.
여행은 결국 끝이 나고 추억을 남긴다.
그리고 그 추억이 꿈이 아닌 현실이었다는 것을
끊임없이 기억해 내어 증명하며 살아간다.
희미해져 사라져 버리기엔 아까운 시간들이었으니까.
오래전 누군가와 함께 한 교토의 추억을
나누어 가져야만 했던 적이 있다.
'여기까지는 네 추억으로 해.
여기에서부터는 내 것으로 할게.’
우리에겐,
기념일 선물을 돌려내라는 유치함에 비하면
중요하고 심각한 문제였다.
마냥 그 상황이 아프고 답답하기도 했었지만
역시나 ‘시간’이란 절대적인 힘은 그마저도 ‘추억’이란 이름의 포장지를 씌워주었기에,
그 추억이 떠오른 이 거리 위에 서서
그저 바랄 뿐이다.
가끔 서로 그리워하기를.
단, 이제는 아프지 않게.
- 교토, xxx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