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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나의 두 번의 아침 식탁

by 정가을

밝은 나무 색의 식탁 위에 하얀 크림치즈가 듬뿍 발린 베이글 반쪽이 진한 갈색 테두리의 흰 접시 위에 놓여 있다. 잔잔하고 조금은 통통 튀는 느낌의 재즈가 흐르고, 지금 막 뜨거운 물로 내린 진한 블랙커피에서는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여기에 알갱이가 크고 튼실한 블루베리 또는 빨갛게 잘 익은 달콤한 홍로 사과 등 제철 과일을 곁들이면 완벽한 나의 아침 식탁이 된다.


하지만 이것은 나의 두 번째 아침 식탁의 모습이다. 오로지 나 혼자만 즐길 수 있는 이 아침 식탁은, 반드시 나의 사랑스런 다섯 살 아들이 유치원에 등원한 뒤에만 즐길 수 있다. 아들에겐 아침에 빵을 먹이지 않는다. 건강을 생각해 몸에 좋은 식단으로 주고 싶은 마음이다. 아들의 아침을 위해 나는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졸린 눈을 비벼가며 냄비에 물을 넣고 보글보글 달걀을 삶는다. 전 날 미리 준비해 놓을 수도 있지만, 갓 삶은 따뜻한 달걀의 그 맛을 알기에 매일 아침 삶은 달걀을 6등분 해 작은 접시에 놔준다. 그리고 밥을 데워 각종 채소와 치즈를 넣고 동글동글 한 입 크기의 주먹밥을 만든다. 작은 나의 아들은 벌써부터 플레이팅을 아는지, 주먹밥을 접시에 꽃 모양으로 놔달라고 주문한다. 귀여운 녀석. 안 해줄 수가 없다. 여기에 아침에 먹는 사과가 금사과라는 말을 듣고는 매일 아침 사과도 두 조각 정도 썰어 따로 접시에 담아준다. 이렇게 나의 사랑이 가득 담긴 세 접시가 아들을 위한 첫 번째 아침 식탁이다.

그러고 보면, 내가 어릴 때 우리 엄마도 이렇게 두 번의 아침 식사를 준비하셨다. 어릴 때 살던 집의 내 방은 부엌 옆에 있어, 종종 이른 새벽 부엌에서 밥 짓는 엄마의 소리에 잠이 깨곤 했다. ‘칙칙’ 압력밥솥에서 밥이 지어지는 소리, ‘탁탁탁’ 엄마가 도마에다 칼질하는 소리 등 엄마가 만드는 소리를 들으며 살짝 잠에서 깨, 그 소리를 들으며 다시 포근한 이불로 파고들어 스르르 잠이 드는 그 이른 아침의 시간이 아주 많이 그립다. 나도 우리 아들에게 아침을 준비하는 엄마의 소리를 들려주고 싶지만, 미안하게도 아침잠이 많은 나는 아들이 깨워야 일어나는 게으른 엄마다. 부지런한 우리 엄마는 일찍 출근하시는 아빠를 위해 먼저 아침 식탁을 정성스레 준비하셨고, 아빠가 출근 하신 후엔 등교하는 자식들을 위해 다시 한 번 사랑이 담긴 아침 식탁을 준비하신 것이다.

엄마와 나는 둘 다 똑같이 두 번의 아침 식탁을 준비했는데, 이 둘은 본질적으로 너무나 다르다. 나의 아침 식탁은 아들 없이 빵을 먹기 위한, 어찌 보면 굳이 빵으로 아침을 먹으려는 나의 욕심이다. 하지만 엄마의 아침 식탁은 온전히 남편과 자식들을 위한 사랑과 희생의 의미였다는 생각이 든다. 역시 엄마의 사랑을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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