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좋은 아이디어 같은데, 왜 반응이 없지?
목차
1. 샤워실 영감, 믿지 마세요!
2. 진짜 문제를 찾기 위한 방법, 5 Whys 기법
3. (사례) 2번의 5 Whys로 홈페이지 컨택 높이기
4. (Tip) 노션 템플릿 이용하기
하나라도 해당되면, 재밌게 읽을 수 있어요!
1. 스스로 아이디어가 엄청 많다고 자부한다.
2. 내 아이디어는 정말 획기적이라고 생각한다.
3. 진짜 문제를 찾는 법을 잘 모르겠다.
모든 기획의 시작은 '왜(Why)'다. 고객이 갖고 있는 니즈와 페인 포인트를 이해해서 '왜(Why)'라는 질문의 답을 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온전한 '어떻게(How)'가 존재할 수 있다. '왜(Why)'가 없다면, '어떻게(How)'도 존재할 수 없다.
"당연한 거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생각과 행동은 엄연히 다르다. 자신이 정말로 'Why'를 먼저 생각하고 있는지 다시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기획에 대한 이론은 많지만, 경험이 부족한 사람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져보면, 'How'를 먼저 생각하고, 여기에 맞춰 'Why'를 해석함을 쉽게 볼 수 있다.
고객이 자신들이 겪는 문제라고 정말 말했나요?
'Why'를 'How'에 맞춰 해석한 대표적 사례가 '샤워실 영감'이다. 샤워를 하다가 갑자기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순간이 있다. 이 아이디어는 고객이 겪는 문제를 단 번에 해결해줘서, 모든 고객에게 사랑받을 것이란 확신을 갖는다. 근데, 이 샤워실 영감이 진짜 좋은 아이디어일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선, '아이디어가 해결하는 문제가 진짜 문제일까?'를 먼저 답해야 한다.
'좋은 아이디어'란 '정말 풀어야 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아이디어'다. 이때, '정말 풀어야 하는 문제인가?'를 답하는 건 '나'가 아닌, 고객이다. 고객이 반드시 해결하고자 한 문제라고 생각한 것이 알고 보니, 고객에겐 별거 아닌 문제일 수 있다. 즉, 샤워실 영감은 '고객의 진짜 문제'가 아니라, '내가 고객이 겪는 문제라고 믿는 것'에서 비롯된 아이디어일 확률이 높다. 이러한 샤워실 영감은 'Why'가 없는 'How'와 같다. 물론 항상 그런 건 아니다. 고객의 진짜 문제를 정의한 후에 떠오른 영감은 좋은 영감이다!
많은 사람이 샤워실 영감에서 벗어나, 진짜 '왜(Why)'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다. 이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5 Whys 기법이다.
5 Whys 기법이란?
5 Whys 기법은 어떠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해결방안에 앞서서 근본 원인을 추적하는 방법론이다. 원인을 찾기 전까지 해결방안은 아예 저 먼 곳으로 미뤄둔다. 그 대신, "왜?"라는 질문을 꼬리물기 식으로 계속 던져서, 문제를 일으킨 진짜 원인을 찾는다. 발견한 문제에 "왜?"라는 질문을 던져서 답변을 얻고, 다시 이 답변에 "왜?"라는 질문을 던진다. 이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어느덧 근본 원인에 이르게 된다. 가장 앞에 5라는 숫자가 있지만, 반드시 5번의 "왜?"를 던질 필요는 없다. 근본 원인에 충분히 다가갔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그만둬도 괜찮다.
보여지는 게 전부가 아닙니다.
가장 많이 보이는 실수가 '발견한 문제'를 '현상'이 아닌, '원인'으로 착각하는 것이다. 현상과 원인은 독립된 개념이다. '현상'은 문제가 겉으로 보인 것이고, '원인'은 이 문제를 일으킨 본질이자 시작점이다. 진짜 Why를 찾고, 올바른 How를 도출하기 위해선, '현상'이 아닌 '원인'에 주목해야 한다.
이해를 돕기 위한 예시를 들어보자. '유저는 자신에게 맞는 상품을 추천받으면, 구매 버튼을 더 많이 클릭할 것이다.'라는 가설과 함께 큐레이팅 기능을 구현했지만, 별다른 변화가가 없었다고 해보자. 여기서, '구매 버튼 클릭에 변화가 없다.'는 겉으로 보이는 '현상'일 뿐 '원인'이 아니다. 오히려, 상품 페이지에 정보가 과다해 흥미를 잃고 이탈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여기서의 '원인'은 '상품 페이지의 과다한 정보'가 된다.
5 Whys 기법은 문제의 '현상'과 '원인'을 잇는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 발견한 '현상'을 향해 "왜?"라는 질문을 계속 되묻다 보면, 이면에 숨겨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메이아이에서 클라이언트 팀이 중요하게 보는 KR(Key Result)은 '홈페이지를 통한 유저 컨택 수'였다. 해당 KR이 저조했기에 문제의 원인(Why)을 찾고, 해결방안(How)을 도출하고자 5 Whys 기법을 사용했다. 첫 번 째 5 Whys에서 도출한 액션은 별 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한 반면, 두 번째 5 Whys에서는 매우 큰 효과를 거두웠다. 왜 두 번째 5 Whys에서만 큰 효과를 발휘했을까?
문제(현상) : 홈페이지 컨택 수가 증가하지 않는다.
문제(원인) : 컨택하는 과정이 너무 길고 번거롭다.
가설 : 컨택 과정을 더 쉽게 만드면, 일 평균 컨택 수가 이전보다 20% 상승할 것이다.
액션 : 컨택 버튼을 홈페이지 최상단으로 이동하고, 고객 정보를 간단하게 입력하는 폼을 추가한다.
결과 : 액션 전후로 큰 차이가 없었다.
'홈페이지 컨택 수가 증가하지 않는다'를 문제 현상으로 보고, 5 Whys를 통해 문제 원인을 찾기 시작했다. 여러 번의 회의 끝에, 문제 원인으로 '번거로움'에 주목했다. 고객은 메이아이에 컨택을 하기 위해 [(1) 홈페이지 접속 -> (2) 페이지 최하단까지 스크롤 -> (3) 메이 아이 메일 확인 -> (4) 메일 작성 및 전송]라는 긴 과정을 거첬다. 이 일련의 과정이 고객을 번거롭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컨택을 하지 않고 이탈하게 만든다고 판단했다.
'번거로움'을 문제 원인으로 설정하고, '컨택 과정을 더 쉽게 만드면, 일 평균 컨택 수가 이전보다 20% 상승할 것이다.'를 증명 가설로 설정했다. 그리고, (1) 페이지 최하단에 있는 컨택 버튼을 최상단으로 이동시키고, (2) 메일을 쓰는 게 아니라 고객 정보를 쉽게 입력할 수 있는 폼(이하, 컨택 폼)을 연결시켰다.
2주 동안 결과를 지켜봤지만, 예상과 다르게 컨택 전환율은 큰 변화가 없었다. 근본 원인은 '컨택 과정의 번거로움'이 아니라 다른 곳에 있었다. 즉, 첫 번째 5 Whys는 잘못된 원인을 찾은 셈이다.
문제 원인을 잘못 찾은 것 같다! 진짜를 차근차근 찾아보자!
1st Problem : 컨택 과정을 쉽게 만들었지만, 홈페이지 컨택 수가 늘지 않았다.
Why : 컨택 수는 왜 변화가 없을까?
Answer : 재방문자는 컨택 폼에 관심을 갖긴 했지만, 그럼에도 컨택을 하지 않았다.
컨택 수에 변화가 없는 이유를 알기 위해, 홈페이지 GA(Google Analytics, 유저 로그 데이터 분석 툴)를 확인했다. 컨택 폼 도입 전후로, 홈페이지의 검색 유입 유저는 큰 차이가 없었다. 대신, 첫 방문자의 체류시간은 일정한 반면, 재방문자의 체류시간은 큰 폭으로 증가함을 확인했다. 즉, 재방문자는 컨택 폼에 관심을 가졌지만, 그럼에도 컨택하지 않음을 확인했다.
2nd Problem : 재방문자는 컨택 폼에 관심을 갖긴 했지만, 그럼에도 컨택을 하지 않았다.
Why : 재방문자는 컨택 폼에 관심을 보였지만, 왜 연락하지 않았을까?
Answer : 재방문자는 현재 컨택 폼에서 크게 매력적인 부분을 찾지 못했다.
재방문자는 컨택 폼에 관심을 가졌지만, 그럼에도 컨택을 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컨택 폼에는 고객 정보 입력창 외에 (1) 솔루션이 제공하는 효과를 보여주는 이미지와 (2) 솔루션 소개 페이지 이동 버튼이 있었다. GA 확인 결과, [솔루션 보기] 버튼의 CTR은 약 23%에 머무름을 확인했다. 만약, 재방문자가 이미지나 버튼에 관심이 있었다면, 이 버튼을 더 많이 클릭했을 것이다. 이를 통해, 현재 컨택 폼은 재방문자에게 매력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못함을 확인했다.
3rd Problem : 재방문자는 현재 컨택 폼에서 크게 매력적인 부분을 찾지 못했다.
Why : 재방문자는 컨택 폼에서 왜 매력을 느끼지 못했을까?
Answer : 경쟁사와 메이아이, 모두 비슷한 효과를 강조하고 있어서 고객은 무뎌졌다.
재방문자에게 컨택 폼이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를 GA 데이터만으로 파악하기 어려웠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으로 미팅 로그(미팅에서 나눈 이야기를 기록한 문서)에 주목했다. 재방문자는 솔루션에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방문한 사람이고, 이와 유사하게 미팅 고객도 솔루션에 큰 관심을 갖은 사람이다. 이 둘의 집단이 비슷한 속성을 가졌으리 판단했고, 미팅 로그에서 재방문자의 의도를 유추했다. 미팅 로그에서 많은 고객이 경쟁사를 직접 언급했음을 확인했고, 재방문자는 비슷한 솔루션을 제공하는 메이아이와 경쟁사의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지속적으로 비교하고 있음을 유추했다.
어? 이 멘트 우리 홈페이지랑 비슷한데?
경쟁사와 메이아이가 홈페이지에서 어떤 정보를 주로 강조하는지를 비교했고, 모두가 '효과'를 전면으로 내세움을 확인했다. 또한, 각자가 내세운 효과도 거의 차이가 없음을 깨달았다. 메이아이와 경쟁사 홈페이지에 접속한 고객은 별 차이가 없어 보이는 효과 정보에 계속 노출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더 이상 효과는 고객에게 매력 포인트가 되지 못했다.
진짜 원인을 찾았으니, 이제 액션을 도출하자
1st Problem : 컨택 과정을 쉽게 만들었지만, 홈페이지 컨택 수가 늘지 않았다.
2nd Problm : 재방문자는 체류시간이 증가했지만, 그럼에도 컨택하지 않았다.
3rd Problem : 현재 컨택 폼에서 크게 매력적인 부분을 찾지 못했다
4th Problem : 홈페이지에서 강조하는 효과는 고객에게 매력 포인트가 되지 못했다.
5 Whys 기법을 통해, 문제의 진짜 원인은 '번거로움'이 아니라, '효과의 익숙함'임을 알아냈다. 첫 번 째 액션이 좋은 결과를 보이지 못한 이유도 진짜 원인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다시 파악한 원인을 갖고, 두 번째 액션을 준비했다.
문제(현상) : 홈페이지 컨택 수가 증가하지 않는다.
문제(원인) : 홈페이지에서 강조하는 효과는 고객에게 매력 포인트가 되지 못했다
가설 : 효과가 아니라, 고객 사례를 전면으로 강조하면 일 평균 컨택 수가 이전 대비 20% 늘 것이다.
액션 : '성공 사례'를 전면으로 노출시키고, 버튼과 콘텐츠 등에 '사례'를 강조한다.
결과 : 컨택 수가 40%로 증가했다.
고객에게 매력을 보여줄 요소로 '효과' 말고, '고객 사례'를 이용하기로 했다. 메이아이 솔루션을 성공적으로 쓰고 있는 고객의 사례를 전면에 강조함으로써, 재방문자의 매장과 유사한 곳에서 솔루션이 사용되고 있음을 직관적으로 보여줬다.
그 결과, 일 평균 컨택 수는 가설로 설정한 20%보다 훨씬 높은 40%에 도달했다. 두 번째 5 Whys에서 찾은 문제 원인이 맞았음을 보여줬다. 이 사례는 진짜 Why를 찾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일깨워주었다.
매 번 5 Whys를 하나하나 입력하는 건 번거로운 작업이다. 그렇기에, 나는 기획 문서를 작성할 때마다, 노션의 템플릿 기능을 적극 활용한다.
기획안 양식을 템플릿으로 만들고, 템플릿 안에 의도적으로 'Why 질문'을 넣는다. 'Why 질문'을 써 내려가면서, 핵심 요소나 논리에서 벗어나지 않는지 되돌아보게 되고, 덕분에 근본 원인에 다가가는 데 집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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