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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방계 소녀 Jul 25. 2024

승리의 기원

The True Story of Ah Q


이건 승리에 관한 이야기도 아니거니와 바둑 이야기는 더더욱 아니다. 하루하루를 그저 그릇된 승리로만 꼬빡 쌓아가던 한 어리석은 남자의 옛이야기다. 대체 얼마나 어수룩했으면 그 이름조차 제대로 아는 이가 없었을까? 하지만 누구라도 남들보다 뛰어난 구석 하나쯤은 갖고 있듯이 그에게도 특출 난 재능 하나는 있었으니, 이걸 복이라 해야 할지 재앙이라 해야 할지는 각자의 판단에 맡기는 게 옳을 것도 같다. 왜냐하면. 


이건 마냥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여전히 진행 중인 오늘의 이야기니까. 모르긴 몰라도 누구나 이걸 읽다 보면 대략 떠오르는 사람이 한 명쯤은 있을 법한 그런, 흔해서 더 슬픈 이야기. 인간의 오묘한 감정이란 복잡다단하기에 사랑이라 해서 꼭 예쁜 걸로만 채워져 있지는 않을 것이며, 어쩌면 사랑을 완성시키는 건 피할 수 없는 미움 한 스푼인 걸지도 모르지. 이제는 알잖아? 애증이야말로 답도 없는 놈이란 걸. 


그를 못내 미워할 수만은 없는 것도 사뭇 애달픈 몸부림을 엿보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떻게든 살아내려던 그니까. 다만 안타깝게도 그가 매일 밤 자신을 비춰보던 게 어쩌면 청동거울이었을 테고, 아마도 그라면 필시 천정에 붙여뒀을지도 모르지. 그렇게라도 살아내고 싶어서, 광인이 되어 일기를 쓰는 것보단 아무래도 더 낫다고도 믿었을 테고. 


그렇다고 해서 설령 변한다 해서 무작정 애석해하지는 말자. 그건 오히려 생존을 위한 진화일지도 모르니. 어제는 그토록 밉던 그가 이내 안쓰러워지기도 하는 게 보통의 인간이고, 나도 인간이긴 하더라. 이런 게 나이를 먹어가는 거라면 순순히 받아들이는 수밖에는 없겠지. 피부가 자꾸만 중력에 지듯이. 다들 뻔히 알고는 있었겠지. 단지 나는 아닐 줄로만. 


결국 누구도 온전히 피해 갈 순 없을 거란 이야기. 혹시 아직도 기회가 있을까? 그렇다면 다만 스스로를 구하라…… for your own origins of victory. 손바닥 위에 살포시 얹고는 천천히 걷기만 하면 된다잖아. 다 움켜쥔 줄 알고 냅다 뛰지는 말고. 그래, 하루에 하나씩만 얻어 가는 거야. 아찔한 정신승리의 유혹을 피하려거든, 못해도 평타는 쳐줘야 된다니까. 차분히 내 손으로만. 그게 아니고서야 


어제 같은 오늘도, 오늘 같은 어제도, 똑 닮을 내일일 뿐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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