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ybe the last generation
“어쩌면 우리가 이 소설을 읽는 마지막 세대가 될 것 같아요” - 김설 <난생처음 독서모임> 중에서
박경리의 토지 얘기지만 꼭 거기에만 국한된 건 아닐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더라. 토지를 읽는다는 건 어쩌면 재즈를 듣는 것만큼이나 진입장벽이 높아서 나조차도 이미 두 번 실패하였으니. 파리행 기내에서 읽어보겠다며 호기롭게 챙겨갔지만, 뜻밖에 잠만 잘 오더라. 그럼에도 언젠간 또다시 도전하겠노라며 인물 관계도를, 그것도 최참판네와 평사리 사람들로 나눠서 프린트한 다음 책상 앞에 붙여두기까지 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사람이 많은 건 딱 질색인 지랄맞은 성격 탓일까? 여전히 눈이 잘 가지는 않는다…
비단 그뿐일까, 토지는 차치하더라도 부동산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이들이 얼마나 많으며, 또 그 탐욕으로 인해 오늘을 고통받는 이들은 또 얼마나 많던가. 그래, 상황이 이러한데 한가하게 책이나 읽고 앉아있자는 게 실은 되게 배부른 소리처럼 들릴지도 모르지. 하 지 만 그 럼 에 도 글이야말로 인류의 근간인 건데, 지금처럼 활자만 계속 이런 식으로 푸대접을 받게 내버려 둘 순 없는 거 아닌가? 숏폼 때문에라도 가뜩이나 속이 많이 상할 텐데 말이지. 글은 분명 돈도 될 거라니까. 자칫 숨어있을지도 모를 뜻을 조금 더 읽어내는 것만으로도.
돈이 되는 글, 그러니까 이런 게 소문이 나야 되는 건데. 오래된 엘피를 구하러 다니듯 젊은이들이 잊혀진 작가들의 책만 고르고 골라서, 경쟁하듯 디깅을 하는 그런 세상. 그리하여 사람들이 막 절판된 책을 찾으러 멀리까지 다니길 마다하지 않고, 고서 전문 경매가 열리는 곳에서는 일찍부터 긴 줄이 막 하염없이 늘어서는 그런 세상을 나는 꿈꾼다. 즐거운 사라 같은 금서가 느닷없이 역주행을 하는 바람에 재조명을 받고, 마광수도 그곳에선 더 이상 왕따가 아닌 인싸가 되는 그런 미친 세상을. 그럼 난 거기 가서 일찍부터 장사를 해야지. 아침이니까 아무래도 음, 콩나물국밥 정도가 좋으려나? 커피는 뭐 말할 것도 없고.
차라리 인터넷이라도 좀 느린 나라였다면 상황이 조금은 달라졌으려나? 뉴욕 지하철 승객들이 책을 읽을 수밖에 없는 이유도 다만 인터넷이 안 되서일지도 모르지. 와중에 다행히도 위안이 되는 사실 하나는 요즘은 작가가 독자보다도 많아 보인다는 점이다. 뭐가 됐든 활자를 읽는 마지막 세대는 아마도 생산자인 그들 스스로일 가능성이 더 높으니까. 이 정도 불행 중 다행이라면 뭐 다행이라 해도 되는 거게ㅆㅈㅣ, 아Q. 큰일이군. 갑자기 재채기 소리도 막 이상하게 나오고 그러네. 그러거나 말거나 올가을엔 위대한 세 번째 도전을 해봐야겠다. 이번에야말로 꼭 정복하고야 말겠어. 토지 1부 1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