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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북방계 소녀 Aug 15. 2024

갈등긁

긁히면 지는 거


어쨌든 긁 히 면 지는 거다. 


의식이 알아서 발끈했든, 무의식이 나도 모르게 발끈했든 둘 중 하나긴 할 테니까. 마광수의 즐거운 사라도 내 눈에는 단지 그런 무의식을 한껏 드러낸 작품에 불과하다. 당시 이런 이야기가 실제로 불편했건 아니면 그런 척을 했건 간에, 사람들이 길이길이 날뛰었던 건 몰라서가 아니라 낯설지가 않아서였을 거다. 무의식이 제대로 긁혔기 때문일 거다. 의식은 더 말할 것도 없다. 읽어보긴 했으려나? 


마광수는 그저 고자질쟁이였을 뿐이다. 인간의 페르소나를 시원하게 벗겨내는, 너무나도 솔직한 작품들을 통해서. 단지 좀 과하게 솔직한 나머지, 무의식을 드러낸 정도가 아니라 한껏 뽐냈을 뿐이고. 다자이 오사무나 홍상수 작품이 불편하다는 이유도 이와 다르지 않다. 그들은 사람들이 굳이 꺼내고 싶지 않은 이야기들까지 막 떠벌려 대니까. 동물에 가까운 무의식 혹은 무의식에 가까운 짐승에 기대어. 


예술은 도덕 경쟁 따위가 아니다. 더군다나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픽션일 뿐이고, 세상 모두가 예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할 필요는 없는 거니까. 아무쪼록 픽션은, 경상도 사투리를 잠깐 빌려서, 이런 식으로 받아들이면 그만이다. 아무튼 내 얘기지만, 이건 자기가 아니마 그림자를 닮은 자아라던가, 진짜 내 얘기는 i-ego. 뭐 어차피 다들 그러고들 살지 않는가? 카를 구스타프 융의 말마따나. 


나 하나 찾아가기에도 바쁠 이 시간에 무얼 그리 의식해 가며. 


융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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