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만재댁 Jun 01. 2022

행복은 파도타기다.

행과 불행을 온전히 만나는 모든 순간!

서핑해본 적 있으세요?

지금 보드를 타고 나가서 큰 파도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상상해보십시오.

자, 그 에너지에 휩쓸려갈 준비를 하세요.

자, 여기 옵니다!

지금 그 에너지와 함께하고 있습니까?

그것이 공감입니다.

말이 필요 없고, 그냥 그 에너지와 함께하는 것입니다.

다른 사람 안에 생동하고 있는 것과 연결할 때 나는 서핑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과거의 것은 아무것도 가져올 수 없습니다.

심리학을 많이 공부할수록 공부하기는 더 힘들 겁니다.

상대를 잘 알수록 공감하기가 더 힘들 겁니다.

진단이나 과거의 경험들은 당신을 서핑보드에서 당장에 떨어뜨릴 겁니다.

과거를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과거의 경험들이 이 순간에 느낌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당신은 지금 과거 일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까?

아니면 그 사람이 지금 이 순간에 무엇을 느끼고 원하는지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까?

그 사람을 더 기분 좋게 해주려면 무슨 말을 해야 할까 하고 미리 생각하고 있다면

“첨벙(Boom!)”, 보드에서 떨어집니다. 당신은 미래로 가버렸으니까요.

아무 기술도 쓰지 않으면서 그냥 현재에 있는 것입니다.

내가 진정으로 이 에너지와 연결되어 있을 때 나는 마치 거기에 없는 것과 같습니다.

나는 이것을 마술쇼를 보는 것 같다고 말합니다.

그 에너지에는 모든 것을 치유할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무엇이든 “고치려”하는 나의 습관에서 나를 해방시킵니다.

-비폭력대화 NVC1 교재 95쪽


비폭력대화 모델을 만든 마셜 로젠버그는 ‘공감’을 이렇게 시로 표현했다. 누군가 내게 행복이 뭐냐 묻는다면, 나는 ‘파도타기’라 대답하련다. 감정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기만 하면 짠물은 괴로움이고 햇살은 뜨거움일 뿐이다.


파도를 타려 보드를 끌고 바다 한가운데로 휘적휘적 나아간다. 처음엔 보드 위에 서기도 어렵다. 작은 파도라도 칠라치면 균형을 잃고 풍덩 빠진다. 짠 물을 먹고 허우적거리다 다시 보드 위로 올라가기를 여러 번, 오르락내리락 속에서 어느 순간 큰 파도를 기다리는 자신을 만난다.


보드 위에 올라서지 않으면 파도타기가 멈춰 버리듯, 행복도 삶이라는 무대 위로 올라와 기쁨과 슬픔의 파도를 탈 때 만날 수 있다. 저 멀리 커다란 파도가 보이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파도와 하나가 되려 준비한다. 나를 휘감아 덮칠 듯한 파도를 아슬아슬하게 빠져나갔을 때는 짜릿함과 희열로 괴성을 지를 것이다. 사람들은 살면서 위험과 도전이라는 높고 낮은 여러 파도를 맞는다. 작은 파도는 작은 대로 큰 파도는 큰 대로 휩쓸리지 않고 잘 헤쳐나갔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까?


죽음의 사자를 만난 적이 있다. 그때 죽지 않고 살아 있는 것이 치욕스러웠다. 아침엔 떠진 눈으로 살고 밤에 눈 감으며 깊은 잠으로 도망쳤다. 무미건조하게 시간은 흘렀다. 열심히도 살았다. 결혼도, 출산도 했다. 내 뜻대로 삶이 흘러가지 않던 어느 날, 왜 내게 이런 시련을 주시냐며 신을 원망했다. 눈조차 감지 않았다. 두 눈 똑바로 뜨고 신을 노려봤다.


눈을 뜨고 있었지만 마음의 눈이 먼 채 살아왔다는 걸 나중에서야 알았다. 신은 행복을 보지 못하는 ‘나’의 눈을 뜨게 하려 소중한 생명을 보내셨다. 내게 주어진 두 번째 생은 신의 선물이란 걸 알고 나니 지나온 시간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삶이 얼마나 오묘하고 아름다운지, 내가 얼마나 많은 걸 누리고 행복하게 살고 있었는지를 그제야 조금 알 것 같았다.


행복은 그저 기분 좋은 순간이 아닌, 행과 불행을 온전히 만나는 모든 순간에 숨어 있다. 우리는  순간 보물찾기 하듯 산다. 끊임없이 돌고 있는 지구 위에서 우리는 지금 살아있다. 곁에 행복을 두고 울고 웃으며 말이다.

이전 13화 사춘기 아들, 펌 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