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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만재댁 Oct 29. 2022

아주 추웠던 어느 봄날

아들이 문제인 건 다 너네 때문이야!

아들은 초등학교 입학 후 5월즈음도 한겨울 오리털파카를 입고 등교했다. 그해 봄은 내게 너무 추웠고 당연히 아들도 추울꺼라 생각했다.


혹시 준이가 춥다 하나요?” 1학년 담임이 내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는 교실이 그리 춥지 않다 했다. 난 그 이야기를 귓등으로도 들리지 않았다.


낯선 장소에 가면 책상을 혀로 햟는다. 얼굴을 찡그리며 불규칙한 눈깜빡임이 있다. 손톱은 거의 없다. 입에는 손이 물려 있거나 옷이 물려있다. 옷 소매와 목덜미는 물어뜯어 너덜너덜하다. 머리는 떡지고 뒷 머리는 하늘로 솟구쳐 있다. 


2018년 5월 아들의 모습이다. 침냄새와 입냄새가 범벅인 채 빨간 오리털파카를 등교했다. 느릿느릿 준비하는 걸 채근하지도 않았다. 씻지 않고 가방 맬 때도 불러 세우지 않았다. 하교하는 아들의 목 둘레는 하루종일 물고 있었는지 가슴께까지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지각, 스타일, 자신의 행동 등으로 학교생활이 힘들다 느끼면 스스로 조절할 거라 생각했다. 아들의 일상에 개입하지 않았지만 마음은 요동치고 있었다. 문제가 있다고,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느끼고 있었다.


침 범벅으로 하교 한 아들은 하루종일 징징거렸다. 놀이터에 가도, 친구와 함께 놀아도, 무얼 해도 울며 끝이 났다. 분명 뭔가 문제가 있는데 그게 무엇인지 몰랐다. 처음엔 담임 선생님을 탓했다. 그는 아이들에게 벌을 줄 때 얼굴에 매직으로 그림을 그렸다. 아이에게 창피를 주는 것이 그의 방식이었다. 나는 그 사실을 알고 경악했다. 아이들은 하교길에 화장실에 들러 얼굴을 씻었다. 아들도 몇 번 흐릿한 매직안경을 쓰고 하교 했다. 모든 문제는 공교육에 있으며 특히 담임 선생님이 문제라 결론내렸다. 그러니 대안교육으로 옮기기만 하면 된다 주장했지만 남편은 이를 반대했다. 그는 지금 문제가 크지 않단다. 주말에 같이 공이라도 차면 나아질꺼란다. 지금까지 단 한번도 공원 산책조차 나가지 않던 그가 이제 공을 차 주겠다고? 그거면 된다고? 평소 육아에 신경도 안쓰더니 지금 상황을 어찌 이리 가볍게 볼 수 있을까? 자연스럽게 남편 탓을 했다.


선생님 탓, 남편 탓도 했지만 매일 밤 가슴을 치며 내 탓을 했다. 어린이집 하교길에 아들의 표정은 어땠는지 한번도 살핀적이 없었다. 어린이집 이야기를 하지 않아 그저 과묵하다 생각했다. 즐거운지, 속상하지 힘든지 단 한번도 궁금해하지 않았다. 사람의 ‘마음’을 의식적으로 만나 본 적이 없으니, 아들에게 물어본 적이 있을리가 없지. 나는 왜 이 상황이 되도록 몰랐는지, 지금도 왜 아무것도 모르는지, 앞으로 어찌 해야할지도 모르는지, 나를 탓하고 탓했다. 길이 보이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 캄캄한 세상에 내동댕이 쳐진 듯 했다. 벛 꽃 피고 지던 그해 봄날, 나는 홀로 헤매느라 너무 추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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