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Fantasma

커피

Fantasma 구십 다섯 번째 이야기, 커피

by 석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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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입맛은 한결같았다. 아메리카노보다는 단맛이 강한 캐러멜 마키야또를 선호했다. 너는 나와는 반대였다. 단것보단 쓴 커피를 좋아했다. 네가 마시던 커피처럼 나도 네게 그런 존재였을까. 적당히 쓰길 바랐는데, 쓰지 않고 달기만 했기에 너는 내 앞에서 그렇게도 쉽게 나는 뱉지도 못했던 내 감정을 섣불리 먼저 뱉어버린 걸까. 나는 적당한 시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매 순간 너를 생각하고 있었기에, 어떻게 하면 내 말에 네가 부담을 갖지 않고 아무렇지 않게 훌훌 넘겨버릴까 하고. 근데 너는 그런 나의 생각들을 잘게 조각내 놓았다. 커피잔에 어린 물기가 마치 식은땀이 나는 내 모습 같아서 처량했다. 그날의 마끼야또는 내가 이제까지 먹었던 마끼야또중 제일 쓰디썼다. 그리고 그 후로 나도 너처럼 아메리카노를 먹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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