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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Fantasma

상실

Fantasma 마흔세 번째 이야기, 상실

by 석류


가을의 끝자락을 상실로 보냈다. 마음 가득 상실의 기운이 뿌리내려 나를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사랑도 잃고, 사람도 잃은 듯한 상실감의 무게가 공허감으로 돌아와 마음속에 메아리치고 있었다. 마치 홀로 남겨진 외톨이가 된 기분이 이런 것 일까 싶을 정도로 외로웠다. 그들을 원망할 기운도 남아 있지 않았다. 내가 사랑했던 너도, 내가 믿었던 당신도 결국 각자의 자리로 다시 돌아가기 위해서는 나를 저버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음을 조금은 이해하기에. 사실, 나는 머리로는 그들을 이해했지만 심장으로는 이해하지 못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 많이 아플 리가 없으니까. 상실된 청춘 저편에서 언젠가 그들과 다시 마주하게 된다면 그때는 온전히 마주 보고 웃을 수 있을까. 그렇게 나는 지금 그들이 떠난 상실의 시간을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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