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Fantasma

어린이날

Fantasma 팔십 네 번째 이야기, 어린이날

by 석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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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름도 아니었는데, 그해의 5월 5일은 유독 더 무더웠다. 5월이면 문득문득 생각나는 그 날. 이제까지 내가 겪어온 어린이날 중 가장 행복했다고 지금도 자부할 수 있다. 공휴일이라서 그런지 남포동엔 더 많은 인파로 북적거렸고, 행여 너는 나를 잃어버리기라도 할까 봐 내 손을 꽉 쥐고 있었다. 나도 너의 손을 꽉 쥔 건 물론이고. 이따금씩 잘 따라오고 있는지 뒤를 돌아보곤 하던 너의 머리칼 위로 부서지는 햇살은 그 어느 햇살보다 눈부셨다. 그 날 우리는 종일 함께 있었다. 용두산 공원도 가고, 영화도 보고, 술도 마시고. 나보다 더 아이 같은 미소로 웃던 네 모습이 아직도 눈앞에 아른거린다. 영화를 볼 때 사실 나는 제대로 집중을 하지 못했다. 영화 대신 계속 힐끔힐끔 너를 감상했다. 영화의 중반쯤, 너와 나의 손이 무의식 중에 맞닿았고, 영화가 끝날 때까지 너와 나의 손은 하나가 되어 떨어질 줄 몰랐다. 내가 먼저 잡았을까, 네가 먼저 잡았을까. 누가 먼저 손을 잡았는지는 가물가물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하다. 누가 먼저 건간에 좋았다고. 너무 좋았다고. 너는 나를 보며 아이 같다 그랬지만, 내 눈에는 네가 더 아이 같아 보였다. 너와의 추억들이 선명히 박혀있는 어린이날, 그리고 5월의 나의 생생했던 감정들. 뜨겁게 타오르던 감정의 결이 그리워질 때면 나는 너와 함께했던 그 날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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