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지만 다른 두개의 이름..
'구진아 아픈 곳 파스를 붓인 다음 그위에 화펙을 붓이면 죳 타고 하는구나 한번 헤 보렴~~?♥'
아버지에게서 카카오톡 메시지가 왔다.
며칠 전 어깨가 아프다고 엄살을 부리며 통화를 했는데 그것이 내내 마음에 걸렸으리라.
어머니와 통화를 했다.
'구진아, 텔레비전에 나오는데 파스를 붙이고 옷 위에 핫팩을 붙이면 통증이 금방 사라진다더라. 한번 해봐라~'
어머니 역시 같은 말씀이다.
아버지는 장애 2등급 판정을 받아 일주일에 세 번씩 병원에 다니신다.
불효자인지라 신경계통과 비뇨기 계통이 안 좋다는 것 밖에 더 자세한 것을 잘 알지 못한다.
어머니는 당뇨에 오십견이 온 후로 어깨에 통증을 무척이나 호소하신다.
불효자인지라 좋은데서 얼른 치료받으시라는 말 밖에 더 이상 해드린 것이 없다.
장애 2등급과, 당뇨와 오십견.
엄마 아빠란 이름에 가려져 흔한 패스트푸드 음식의 이름과 같이 생각되어지는 그 증상들의 깊이에 대해
난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생각했더라도 삶의 우선순위에서 그것들은 항상 후순위로 밀려나게 마련이었다.
부모님은 항상 내게 좋은 것을 주기만 했을 뿐, 그들의 아픈 곳이나 약점을 자식들과 공유하고 싶어 하지 않으셨다.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아프고 약해지는 그들에게 오히려 아픔을 호소하는 난. 철없는 막내아들이다.
하지만 그들에게 어리광을 부리고 나면, 신기하게도 다 해결될 것만 같은 기분이다.
좋은 보험을 들기 위해 골머리를 썩고 있는 지금의 나이지만, 오히려 좋은 보험보다도 더 큰 보상의 효과가 있는 것이 엄마 아빠의 말 한마디 같다.
난 아직 어린 아빠이다.
그리고 내 아내는 아직 어린 엄마이다.
우린 아직 크게 아파보지도 않았고, 자식들의 고민들을 함께 나눈 시간도 짧다.
같은 엄마 아빠이지만, 우리 엄마 아빠를 생각하면 아직도 그 이름이 낯설고 무섭다.
엄마 아빠라는 이름으로.. 내가 장애 2등급이고 당뇨가 있다면.. 어깨가 아프다고 푸념하는 자식을 서툴고 잘 안 보이는 핸드폰 화면을 더듬어가며 늦은 밤 장문의 메시지를 보낼 자신.. 내겐 없다.
인간이란 존재는 미약하고 불완전 하지만,
나란 존재도 무척 어설프고 나약하지만..
나의 엄마 아빠라는 이름은 무척이나 거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