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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저녁꽃 Oct 15. 2021

[아빠의 문장 #7] 자전거

일산으로 이사를 간 것은 신문사 시절 인연이 있던 00일보 중산지국 임동수 지국장과 인연 때문이었다. 충청도에서 맨몸으로 올라와 갖은 고생을 하면서 신문사 지국의 별인 지국장 자리까지 올랐다.


그는 신입사원이던 내게 무척 잘해줬다. 사람의 본성은 어떤 자리에 오른 뒤에도 변함이 없는 가에 따라 '좋은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뉜다. 그는 내가 퇴사를 한 뒤에도 변함 없이 나를 대했다. 


직장을 그만 뒀으니 벌이가 마땅치 않아 임 지국장 보급소에서 신문배달을 했다. 그 당시에는 신도시 아파트마다 00일보와 내가 다녔던 00경제신문이 구독자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새벽에는 신문을 배달하고 집에 돌아와 하이텔에 이러저러한 글을 올렸다. 자세히 기억은 나지 않는데, 유머를 소재로 한 글들이 대부분이었다. 거기에 지금의 직방처럼 부동산 정보를 제공하는 작업을 했다.


쉬는 날에는 중산동 공원에서 운동을 하고 아이를 자전거 앞에 태우고 시내를 달리곤 했다. 일산역을 지나 정발산역까지 달리는 동안 싱그런 바람이 우리들 뺨을 어루만졌다. 그 행복감이 지금도 불면 솜털처럼 부풀어 오른다.


자전거를 호숫가에 세우고 우리는 지는 태양을 멍하니 바라봤다. 아직 어린 아이는 자전거 바람에 추웠던지 내 품을 파고 들었다. 



자전거


자전거를 타고 갈 수 없는 곳이 있을까

그때는 그런 생각이 들었어

일산 지나 파주 지나 통일전망대 지나

기차에 자전거를 실으면

유라시아 횡단열차까지 갈 것 같은

거기서 나타샤를 만나고 로자를 만나고

돈강을 따라 이어지는 전쟁과 사랑

바퀴를 구르지 않아도 시간은 가지

볼을 스치는 바람이 싱그러운 날들

잠시 멈춰서 바라본 호수공원 석양

우리들의 바퀴는 계속 돌고 도는 거야



일산에서 두 계절을 보냈다. 신문배달, 방향 없는 글쓰기, 불안한 미래. 하지만 아이들과 자전거가 있어서 행복했다. 거기서 둘째 돌을 맞이하고, 그해 겨울이 오기 전에 우리는 다시 짐을 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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