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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저녁꽃 Oct 22. 2021

[아빠의 문장 #14] 다마트

그 시절 의정부는 아이들에게 천국과 같은 곳이었다. 아파트 상가 지하에 다마트라는 큰 슈퍼마켓이 있었는데, 대형마트처럼 없는 게 없었다. 그곳에서 장을 보고 1층 비디오가게에서 애니메이션 영화를 빌려왔다.


가끔은 도봉동에 있는 이마트에 장을 보러갔는데, 주로 장난감을 사러 갔다. 장난감을 사러 가자고 하면, 둘째는 이마트가 잘 기억이 안 났는지 이렇게 말하곤 했다.


"아빠, 우리 저마트 가는 거지"


그래, 이마트나 저마트나 다마트나 모두 다 마트니까. 그래서 다마트라고 이름 지었나? 똑똑한데


아무튼 아이들은 공주인형을 사와서 자신의 분신처럼 아꼈다. 씻기고 머리를 빗기고 가운을 입히고, 귀에다 뭐라고 중얼거리기도 한다. 피곤하면 자장자장 하면서 재우고, 싫증이 나면 다리를 일자로 벌리는 고문도 가한다.


아이들은 백설공주 애니메이션과 인형놀이를 하면서 점점 자라났다. 엄마 아빠가 저녁에 시내 유명한 닭발집에서 소주를 마시고 있는 동안에도 둘은 인형을 두고 알 수 없는 대화를 끊임없이 나눴다.



다마트


그래 오늘은 마트로 가자

엘리베이터 타고 지하로 내려가서

아빠는 치킨과 족발을 사고

엄마는 반찬거리를 고르는 동안

너희들은 장난감 앞에서 서있구나

안 된다 사달라 실랑이 하다가

비디오가게에서 백설공주로 협상 마무리

다마트에 다 있는데 아이들은

이마트 저마트로 마음 흔들리며 떠돌던

캠프케이시 앞 텅빈 옷가게처럼

다시 가서 거울 앞에 서고픈

그리운 다마트




다마트를 검색해보니 코오롱상사에서 만든 것임을 오늘에야 알았다. 코오롱이 다 계획이 있었구나. 우리 아이들을 위한 파라다이스를 만들려고 의정부 외곽에 무리해서 투자를 했었구나. 당시 기사를 첨부한다.


코오롱상사, `다마트' 의정부점 개장(1996년 11월 25일)


(서울 = 聯合) 申三浩기자= 코오롱상사(대표 權五相)는 오는 12월 중순 경기도 의정부 신곡동에 약 1천1백평 규모의 대형 할인매장 `다마트'를 개장한다.


25일 코오롱상사에 따르면 새로 설립되는 `다마트' 의정부점은 기존의 할인매장에 농수축산물을 중심으로 한 식품부문을 대폭 강화한 새로운 형식의 유통점으로 서울 강남지역에 슈퍼마켓 형태로 설치된 기존의 `다마트' 매장과 구별된다고 밝혔다.


코오롱상사는 오는 97년까지 슈퍼마켓형 매장은 10개 , 대형 할인매장은 5개이 상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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