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복 2시간 걸리더라도 계속 다니는 병원

by 깨알쟁이

지난 1월, 퇴사 전에 회사가 송파구였던 나는 점심시간을 할애하여 진료를 보기 위해 집 근처보다는 회사 가까이에 있는 난임 병원을 선택했다. 보통 난임 병원은 일반 산부인과처럼 대중적이지 않아서 동네마다 병원이 많아 폭넓은 선택권이 있지 않았지만, 사실 우리 동네에도 꽤나 유명한 난임 병원이 한 곳이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쩌면 퇴사를 하고 회사 근처까지 간다는 것이 그다지 유쾌한 일은 아닐 수 있지만 나는 전원, 즉 병원을 옮기는 것을 선택하지 않고 처음 갔던 난임 병원, 처음부터 진료를 봐주신 나의 주치의 선생님과 지금까지 계속 함께하고 있다.


왜 그렇게 병원을 멀리까지 다니세요?

자차로 왕복 2시간. 비가 오는 날도 있었고 출근시간에 걸려 졸음을 겨우 참으며 도착하던 날도 많다. 대부분 진료 시간은 초음파 검사 시간을 제외하고 10분도 채 안 걸린다. 아이러니하게도 대기하는 시간이 더 길어져 보람을 느낄 때도 있었지만, 아무쪼록 내가 그곳까지 꾸역꾸역 발걸음을 향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담당 주치의 교수님에 대한 글은 별도로 기록해 두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오늘은 다른 이유들만 적어보려고 한다.




빠르고 편리한 예약 및 상담 시스템

다른 진료 과목 병원들에 비해 병원 자체 앱이나 카카오 채널 운영이 원활하다고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응대가 정말 빠르고 편리하다. 카톡으로 예약이나 어떤 것을 문의드리면 거의 5분 이내로 답변이 온다. 마치 FAQ에 내 질문들이 다 포함되어 있는 것처럼, 정말 군더더기 없이 질문에 딱 맞는 답변을 받는다. 예약도 마찬가지다. 매번 내가 누구인지 이름이나 휴대폰 뒷자리, 생년월일로 확인할 필요 없이 '저 O요일 예약가능할까요?'라고 한 마디만 하면 바로 예약 가능 여부에 대한 답변을 받을 수 있다. 그리고 항상 방문 3일 전에 한번 카톡 알림을 줘서 리마인드 해준다. 병원에 내원해서 대기하는 시간이 길어질 수는 있지만, 그 외의 시공간에서는 많은 것들을 절약하게 해 준다. 굉장히 빠르고 편리하고 합리적이다.



쾌적한 주차 공간, 무료 주차

병원이 송파구에 있다고 하면 주로 2가지 질문을 던진다.

'헤, 거기까지 가면 안 힘들어? 집 근처에도 있지 않아?'

'와 주차할 수 있어? 대중교통 타고 가야겠네?'

아니다. 나는 다음 일정이 있던 날 하루 빼고는 전부 자차를 타고 집과 병원을 오가고 있다. 송파 한 중간에 있는 건물인데, 지하 6층까지 주차할 수 있어 자리는 언제나 충분하다. 주차 정산도 늘 넉넉하게 해 주신다. 지난번에는 처방전을 손에 쥐고 있으니 주차 정산해 주시는 직원분께서 내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약국 가서 약 받아가셔야 하죠? 넉넉하게 30분 추가하여 정산해 두겠습니다."

정말 임신 준비만 집중할 수 있도록, 다른 것에 혹여나 마음 상하거나 에너지 쓸 일 없도록 모두가 힘을 합해 도와주시는 것이 느껴졌다. 굉장한 세심함에 감동의 눈빛을 보내며 병원을 나와 약국을 향했다.



친절하고 배려 깊은 간호사 선생님들 및 직원분들

병원에 가면 내가 만나게 되는 교수님은 보통 주치의 교수님 한 분이고 대부분 간호사 선생님들이나 직원분들이다. 접수대, 초음파실, 수납, 약제실, 주사실, 주차 등록 선생님까지. 생소할 수 있는 진료 과정에 대해 모두가 환자의 눈높이에 맞춰 알려주시고 도와주신다. 단순히 '해야 하는 일이라서 하는 중'이라는 인상을 주지 않고, 모두가 환자를 위해 힘써주시는 것이 진심으로 느껴진다.

지난달 난자 채취한 날 만난 간호사님 한 분이 생각난다. 이 분은 채취한 난자 수가 많아 8시에 수술실에 올라 10시 넘어 회복실을 나온 나를 2시간 가까이 지켜봐 주시고 케어해 주신 분이었다. 복수가 차지 않도록 맞은 주사와 진통제를 시시각각 조절해 주셨고, 나에게 지금 이 상황에 대해서 충분히 설명해 주시면서도 '우선은 내 몸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잊지 않게 해 주셨다. 어느덧 링거 주사가 다 들어가 나가야 할 때 나를 부축해 주시면서 출입구까지 데려다주셨는데, 이때 나에게 건넨 한 마디가 잊히지 않는다.

나: 아이고, 여기까지 데려다주셔서 감사합니다.

간호사 선생님: 아니에요. 오늘 힘드셨을 텐데 잘 버텨주셔서 저희가 더 감사하죠.

버텨주셔서 '저희가' 더 감사하다니. 그 말이 한동안 깊은 마음속에 여운으로 남아 나는 결국 병원 홈페이지 칭찬합니다에 올리게 되었다. 이 병원을 잘 선택했다는 생각을 하게 된 순간 중 하나였다.



병원은 거리도 물론 중요하지만 때로는 정말 이 사람들이 나의 편이구나, 나를 위해주는구나를 느낄 수 있는 곳을 선택하는 것이 더 나을 때가 있다. 나에게는 지금이 그런 때인 것 같다. 나를 믿어주는 곳, 내가 믿을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나는 오늘도 이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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